일제하 한국인의 독립운동과 관련하여 재러한인들이 차지했던 비중은 대단히 컸다. 그들은 1910년 대에는 성명회, 권업회, 대한인국민회 시베리아지방총회 등을, 1920년대에는 대한인국민의회 등을 조직하여 대일투쟁을 활발히 전개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학계에서도 일찍부터 이 부분에 대하여 주목하여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1910-1920년대 초반에 한정되어온 감이 없지 않다. 재러한인의 투쟁이 공산주의 운동의 일환으로 변화 발전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국과 러시아공화국간에 국교가 수립되면서 1920년대 이후 재러한인의 역사에 대하여도 점차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러시아에서는 이와 관련된 자료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학계에서는 이에 그다지 주목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1920년대 이후 재러한인의 삶의 일단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 방법이 있겠으나 필자는 우선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과의 대담을 통하여 당시의 상황을 밝혀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현재로서는 러시아의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한 상황에 있으므로, 일차적으로는 당시대를 살았던 인물과의 대담이 그 시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본고는 박일이라는 인물의 경우를 통하여 그에 접근하고자 한다.
박일은 연해주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중등교육을 받았으며, 1937년 당시에는 레닌그라드에서 사범대학을 다녔고, 그 이후에는 카자크 공화국에서 철학과 교수로, 해방후에는 소련파의 제4진으로 1946년 여름 북한에 입국하여 김일성대학 부총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또한 김일성에게 말스 레닌주의 이념을 교수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는 1992년 1월 중앙아시아 카자크스탄 공화국의 수도 알마아타를 방문하여, 박일과 대담을 가질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동년 5월 박일이 서울을 방문하였을 때 그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필자는 그의 인생 역정을 통하여 연해주와 중앙아시아에서의 재러한인의 삶의 일단뿐만 아니라 해방후 북한에서 활동한 소련파의 이력과 활동 상황에 대하여 알고자 하였다.
본고는 문맥에 문제가 있는 부분들이 있기도 하나 자료적 가치를 중시하여 박일과의 대담을 그대로 전재한다.
여기에는 그의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이력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1937년 강제이주에 대하여 소상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그가 부친과 가족 친지들에게 들은 내용을 설명한 것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활동부분과 관련하여서는 박일씨가 의도적으로 답변을 회피하여 대담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음을 밝혀둔다.
1. 박일의 인생역정(1911-1992)
저는 신해생 올시다. 1911년 5월 초하루날 메이데이생 올시다. 연해주 감자박꼴에서 태어났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박영호, 독립군이올시다. 보십시오, 제가 1911년에 났지요. 1910년에 우리 아버지가 장가를 들고 함경도 명천에서 좀 산으로 가는 산촌에 가 농군으로 있었지요. 그런데 일한합방이 있으니 의병에 들어가 독립군이 되었단 말이요. 그래 독립군이니 일본군이 막 들어서니 살 수가 없었지요. 가족을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서 20Km 정도되는 감자꼴로 왔지요, 모래밭입니다. 이곳은 러시아, 조선, 중국의 국경지대인 핫산호수에서 20여 Km 해삼위 쪽으로 가면 있는 농촌 마을입니다.
어머닌 벌써 나를 잉태하고 왔지요. 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1910년 섣달에 월강을 했데요. 감자박꼴에 와서 땅굴을 파고 살다가 초막을 짓고 그 이듬해 1911년 5월에 제가 났지요.
아버지는 계속 독립군으로 활동하면서 만주, 연해주, 함경남북도 등을 다녔습니다. 일본놈들이 북조선 평양이북에는 좀 들어왔지요. 차츰 차즘 이북으로 왔지요. 그랬다가 1914년에 제1차세계 대전이 러시아에서 시작됐거든요. 러시아에서 살 수 없어서 아버지는 식구를 데리고 間島 龍井으로 왔지요. 1913년 말입니다. 그래서 1921년까지 용정에서 살았습니다. 나는 東興중학교에서
공부했고 그때 한국말을 배웠습니다.
그때는 벌써 원동에는 국민전쟁이 계속되고 일본놈들이 계속해서 원동을 침략해서 군대를 가지고 있었지요. 아버지는 독립군이었으므로 간도에서는 쫓지, 원동에는 있지 못하지, 그래서 아버지는 우리 식구를 용정에 두고 피해서 원동 수청으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홍범도 부대는 수청 남에 있고, 우리 아버지는 김좌진 부대에서 활동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하바로브스크에서 월래차이카 전쟁에 참여하였습니다. 1921년 말에 일본군이 철수하고 22년에 원동에서 국민전쟁이 끝나자 우리 식구를 데려다가 연해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금까지 소련사람입니다. 그래서 1926년부터 1930년까지 소왕령(우수리스크) 근교 한인 마을인 육성촌에서 육성농민청년학교에서 공부하고,
공부할 때 1928년에 소설 セ낙동강ソ을 쓰고 한국에서 망명한 작가 趙明熙로부터 한국문학사를 배웠습니다. 그 후 1930-1937년까지 원동 하바로브스크 고려촌의 7년제 학교에서 문학과 지리를 한국말로 가르치는 교원으로 있었습니다.
1937년 강제 이주를 당하기 전인 1937년 6월 하순에 원동을 떠나 레닌그라드 국립사범대학에 갔습니다. 지금 말하자면 심리학부, 철학부에 다녔습니다. 소련 조국전쟁이 나기전인 1940년에 졸업하고 1940년부터 대학에서 역사, 철학 교원으로 있다가 1987년 가을에 연금 생활로 퇴직하였습니다.
1939년 겨울 소위 최우등생이라는 명목으로 레닌그라드 스몰리 궁전에 있는 스다노브강습소(고급당학교 학원) 맑스, 레닌주의 강사준비과에 추천을 받았습니다. 이곳에서 아홉달 동안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맑스, 레닌주의 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40년 3월에는 키리키츠 공화국 오쓰주 오쓰시(천산산맥의 하구에 위치) 교육사범대학에 맑스, 레닌주의 강사로 부임하였으며, 그곳에서 러시아어로 강의하였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오쓰사범대학 교수가 된 셈이죠.
1941년 6월에 공부를 마치기 위하여 레닌그라드 사범대학으로 다시 가서 형식적으로 국가시험을 치르고 사범대학의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41년 6월 22일에 조국전쟁이 시작되자 전선으로 보내 줄 것을 여러 번 청원하였으나 한국인이란 이유로 파견되지 못하고 레닌그라드에서 참호파는 일을 담당하였습니다. 1941년 7월 말 독일군이 레닌그라드를 포위할 무렵 레닌그라드를 떠나 모스끄바 남쪽을 지나 9월 하순에 오쓰로 돌아왔습니다. 이 당시 오쓰대학은 병원으로 변해 있었으며 나는 이곳에서 중상 당한 사람들의 치료를 도와주며 지냈습니다. 그 뒤 나는 키르키츠 공화국의 수도 프른제(오늘날의 키쉬께크)에 있는 고급중학교 교장으로 임명되어 1944년 7월 말까지 교장으로 근무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중앙아시아에는 두 도시에 국립종합대학이 있었습니다. 타쉬켄트 종합대학과 카자크 종합대학이 그것이었습니다. 전자에는 서쪽에서 피난온 지식인들이 많아서 교수 자리가 비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젊은 대학 선생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전선으로 나갔기 때문에 교수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대학이 문을 닫을 지경에까지 처하게 되었습니다. 카자크 대학에서는 내가 비당원이지만 레닌그라드에서 공부하였고, 믿을 만 하다고 하여 1944년 8월 말부터 알마아타 카자크 국립종합대학 철학과 교수로 임명하였습니다. 이곳 프른제에서 카자크 공화국의 알마아타까지의 거리는 250Km였습니다.
1944년부터 1987년까지 나는 알마아타 카자크 국립종합대학 철학과에서 교수로 있었습니다. 그 중에 두가지 연대를 불러주지요. 1941년부터 제가 지금까지 공산당원입니다. 1946년 9월에 평양으로 출발하여
1948년 2월 초순까지 평양 김일성 종합대학 부총장으로 있었습니다. 그 때 총장은 김두봉 선생입니다.
1946년 9월 3일인가 5일인가에 학교의 총장이 나를 부른다고 하여 총장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총장은 나에게 모스끄바에서 민족조국에 가서 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보내주겠다는 지시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이 지시에 따라 모스끄바로 갔으며 그곳에서 1주일동안 조선에 가서 해야될 일들에 대하여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정치망명가라는 신분증 또한 받았습니다. 평양에 있는 소련군 참모본부에 가서 다시 1주일간 교육을 받은 후 김일성대학 부총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가 대학 교수 출신으로서 한국말을 잘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나외에 법학을 전공한 최기영이라는 교수가 있었는데 그는 한국말을 잘 할줄 몰라 제외된 것 같습니다.
전쟁시기에 본처가 한국여자, 고려여자였는데 굶어서, 해산을 하는데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것이 1943년 봄이 올시다. 그래 홀아비가 되었는데 어떻게 살겠는가. 그때 후르므루에서 나는 러시아 고급학교의 교장으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젊은 정치 교양 사업을 하는 여자 당원을 그곳으로 보냈습니다. 한 반년 동안 있었는데 정이 들었습니다. 서로 맞아서 지금까지 같이 삽니다. 러시아 여자입니다. 아들이 둘이 있는데 맏아들은 한국사람이고, 둘째 아들은 러시아 사람입니다. 내 아들들은 또 여기서 타타르 여자에게 장가들어서 또 잡종이 되었습니다. 내 한국 아들은 지금 모스끄바에 가 있습니다. 화가입니다. 카자크 대학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레닌그라드에서 6년간 미술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인 아들도 지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석사가 되어서 지금 지리학 연구를 하고 있고, 알마아타에 같이 살고 있습니다. 몇일 전에 새해를 맞을 때 보니까 아들 손자까지 모두 14명입니다.
1950-60년대에 이곳에서는 한국문학 등에 대하여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당원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권리가 있어서 한국 시조를 번역했습니다. 북조선에서 한국말로 나온 시조를 얻어서 모두 러시아어로 13년 동안 번역했습니다. 지금 그 책은 여러 해 지나서 다 없어졌습니다.
여러해 지나서 다시 출판하지 않아서···, 그리고 조선에 대한 문학, 철학사에 대하여도 썼습니다.
2. 1937년 중앙아시아로의 집단이주
먼저 어떻게 강제이주를 시켰는가에 대하여 말하고 다음 그 의의에 대하여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1937년 8월 초순에 제가 레닌그라드에서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아버진는 독립군 출신이지요. 그때 거기서는 독립군 출신들의 위신은 높았습니다. 빨지산이었거는요. 한달후에 또 부친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우리를 남 러시아, 중앙아시아로 이주시킨다고 하니 너는 모스끄바 가까이에 있으니 해석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동무들한테 돈을 빌려서 하바로브스크 집으로 왔습니다. 가족은 벌써 강제 이주 당하고 없었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곧 체포를 당했습니다. 체포라는 것이 별것이 아닙니다.이주민이 모두 체포된 사람들입니다. 나는 다른 한인들과 함께 화차에 실려 강제 이주 당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레닌그라드 대학생이라는 신분증을 이용해 중앙아시아로 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군인들에게 학생증을 보여주고 노보시빌스크를 거쳐 레닌그라드로 갔습니다.
1937년 8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원동 연해주에 있는 재소한인들은 강제적으로 기차에 실려 중앙아시아로 갔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지금 똑똑한 숫자는 중앙문서보관소에서 세상에 내놓지 않습니다. 추측으로 말할 수 있지요. 20만명은 되었을 겁니다. 어떤 사람은 18만 5천명, 어떤 사람은 19만명이라고 합니다. 첫째로는 당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사무원들, 그 다음은 군대에 가서 복무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직장에서 퇴직시켜서 객차에 실어 왔습니다. 이것이 최고 그룹입니다. 이들은 월급도 제때에 타고, 강제 퇴직을 했다고 해도 아주 편하게 식구도 같이 왔습니다. 보초병도 없고 출장가는 것처럼 객차에 앉아 왔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몇백명 될 것입니다. 둘째 그룹은 해삼위 고려사범대학, 소왕령 고려사범전문대학, 해삼위 고려극장, 해삼위 신한촌에 있던 선봉신문사 사람들, 이들이 모두 근 1,000명이 되었을 겁니다. 이분들은 하급 객차에 실려서 왔습니다. 보초병이 있고, 자유행동이 없었습니다. 모두 한곳으로 실려 왔습니다. 온 곳이 카자크스탄 크즐오르다라는 도시입니다. 1937년 겨울입니다.
세번째 그룹은 절대 다수였습니다. 노동자, 농민, 교원, 학교 학생들, 다른 기업소에서 일하는 보통 노동자들 이들은 절대 다수였습니다. 화물열차를 만들어 가지고 중간에 난로를 세워 놓고 계단을 이용하여 위 아래 층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음이 편하게 온 사람이 3주, 길게 걸린 사람은 45일이 걸렸습니다. 그러니 오면서 아이들, 노인들, 상노들이 다수 죽었습니다. 어디로부터 시작했는가. 이르꾸쯔크로부터 시작했습니다. 2줄, 3줄로 왔으니까 사람들은 피곤해졌고, 어느 도시에나 차가 서면 사람들은 차량에서 못나오게 하였습니다. 군인들이 보초를 섰습니다. 나는 세번째 그룹이었습니다.
차에 탄 사람들 가운데에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스파이가 있어서 보고합니다. 불만은 가진 사람들은 차에서 떨어져서 재판도 없이 총살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밤에 승강이들이 조선 사람 실어가는 열차를 따라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추워서 먹지도 못하고 나무로 제대로 불도 떼지 못하고 해서 어린애, 산모, 노인들이 고생했지요. 이르꾸쯔크 정거장, 바이깔 호수를 지났지요. 사람들이 기진했지요. 그 중에는 빨지산, 당원들이 있었지요. 그들은 스탈린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 몇 사람이 모였습니다. ぢ스탈린에게 편지를 쓰자. 스탈린이 몰라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っ 러시아 말로 써야 하지요. 그래서 젊은 사람을 한 사람 청해서 돈을 주고 러시아말로 썼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모스끄바로 보낼려고 했지요. 그런데 그 젊은 사람이 정탐소로 갔지요. 그들은 모두 붙잡혀 총살을 당했지요. 그들은 죽기 전에 다음과 같은 노래를 했지요. 이 노래는 1928년 봄 육성농민청년학교 강의실에서 조명희선생이 그 이전부터 원동에서 부르던 것을 편곡하여 주신 망향가 3절입니다.
1절 고국 산천을 떠나서
수천리 타향에
산달고 물선 타향에
객을 정하니
섭섭한 마음 향하노니 고향뿐이오
다만 생각나노니 정든 님 친구라
2절 고산심해 육지는
천리를 격하고
어언간에 기벽으로
병에 걸리니
고국 본향 생각은 더욱 간절코
돌아갈 기회는 망막하도다
3절 추천 명월이 반공 중에 높이 솟아서
온세계를 명랑히 비취고 조는데
그 달빛을 희롱하는 저 기러기야
나의 고향 소식을 전해주려므
이 영감들은 고향 소식을 듣지 못하고 체포당하고 어떻게 되었는지 지금도 소식을 모릅니다.
1959년에 이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야구트에 가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양심에 걸려서 알마아타를 찾아 왔습니다. 누구한테 이 죄를 풀겠는가 생각하다 못했는데 어떤 사람이 평양 김일성대에서 일했던 박일 선생을 찾아가봐라 하니 나를 찾아 왔습니다. 그래 내가 이 역사를 알지 어떻게 알겠소. 이 사람은 그후 한해를 더 살지 못하고 죽었소.
그런데 내 입장에서 하는 말인데 다른 사람과 모순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 강제 이주에 대하여 사람들은 학대를 당하고 어린애들, 산모들이 죽는 이야기만 자꾸한다 말이죠. 나도 그 고통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동의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학대보다 이 강제이주 자체에 더 강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제 여기까지 차에서의 이야기를 말하고 다시 1938년 8월 하순으로 돌아갑니다.
러시아인들은 조선인들에게 위대한 스탈린의 지시에 의하여 남러시아의 좋은 안락한 나라로 이주시킨다. 그리고 이주하는 사람마다 콜호즈에서 일하나, 사무실에서 일하나 노동자로 일하나 선금을 받으며, 여기에 있는 집은 국가와 위원회에서 나와서 값을 치러 줄 것이며, 거기에 가서 식료도 주고 주택도 지어 주고 하니 말없이 가라. 이것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강제로 할 것이다. 푸른 모자를 쓴 사람들이 총을 들고 통역을 데리고 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어느 때부터 실제적인 강제 이주가 시작되었는가. 해삼위, 소왕령, 수청 각 도시 철도역에서 수만명이 실려 갔지요. 그때 실려가면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거든. ぢ한 이틀 묶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집애가 병이 나고, 젊은 며느리는 해산을 했고っ 러시아군인들은 이에 대해 ぢ 이 따위 말 하지도 말라っ고 하며 총, 창을 들이댔습니다.
8월 하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9월 하순, 12월 초순까지 시행되었습니다. 12월 초순에는 조사가 잘못된 사람들을 실어 갔습니다. 절대 다수는 9월 초순부터 10월 초순까지 갔습니다. 이때는 추울 때지요. 실제 중앙아시아에 실려와서 식료도 주택도, 월급도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무인지경의 사막에 버려졌습니다. 살려면 살고 죽을려면 죽어라, 허가없이 다니지 마라. 그때에 실려와서 붙잡혀간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국가에서나 그때 당기관에 등록하지 않았으니까 모르죠. 또 절대 복종이었으니까.
이제 나의 아버지가 우리 식구를 실켜오던 그 농촌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다른 것도 다 비숫하니까. 우스또베, 여기 알마아타에서 250Km , 강인데 알하스로 호수로 들어가는 강 이름이 깔아타. 강역에 모래 언덕이 있습니다. 그곳에 실려 온 것이 9월 하순이었습니다. 식구 6명이었지요. 1937년 9월 하순인데 1938년 3월말에 가서 아이 둘이 죽었습니다. 그때 우리 아버지는 한국 의사올시다. 약도 많이 가져왔습니다. 그때 우리 아버지가 건강도 좋았고, 나이도 젊었고 남보다 일도 못하지 않게 하고, 그래도 아이들을 잃었습니다. 왜, 땅굴에서 살았기 때문에. 지금도 그 유적지들이 있습니다. 땅굴을 파고 사는데 어떤 때는 한주일, 두주일, 한달 동안 먹을 것도 안주고 다니지 못하게 하고, 보초서는 사람이 서있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육체적으로 봐서 참 피곤한 일이 많지요. 그건 그렇다고 칩시다. 제가 보는 바에 의하면 그때 조선 민족 정신을 강제로 없게 한 것은 더 말할 수 없습니다. 일본 놈들이 합방해서 조선 민족의 문화, 조선 민족의 서적을 없앴지. 그리고 조선 것이 좋은 것이 있는 것은 일본으로 실어 갔지요.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은 이렇게도 하지 않고 그저 없애 치워 버렸습니다. 원동에서 벌써 화물차에 물건을 실을 때 러시아책은 그냥두고 조선책만 있는 것을 압수하고, 달라고 하는 자는 없애버렸습니다. 조선 한문으로 된 책을 가져 왔다고 죄를 받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우스또베 장면을 끝을 내겠습니다.
1938년 봄이 올시다. 그때 우리 아버지가 의사인데 조선 사람들이 아버지한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의사란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고려의사이지 러시아 의사는 아니란 말이지. 그 때 콜호즈 회장이 우리 아버지를 관을 짜는 목수로 임명했습니다. 그는 부친에게 밭에 가서 일하지 말고 병자들을 고쳐주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이런 말이 있거든.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손들이 있는 자는 같이 도와주어서 관을 만들어 주었지만, 나머지는 그저 마대에 싸서 모래밭에다 뭍었다고 합니다. 이런 학대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요.
계속해서 한가지 다른 자료를 말하겠습니다. 해삼위에 있는 고려 사범대학을 크질오르다에 실어왔습니다. 그래서 크질오르다에 사범대학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1937년 10월 초순입니다. 1938년 2월에 이 대학을 닫았습니다. 그러니 할 수 없이 교수들도 많이 퇴직했습니다. 해삼위 사범대학, 고려사범대학은 1932년에 개교했습니다. 1936년에 제1회 졸업생이 나왔습니다. 제2회 졸업생은 졸업장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실제로는 1회 밖에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큰 일을 많이 했습니다. 조선 학교에서 교원으로 일했습니다. 문헌상으로 증명되지 못한 저의 입장으로 하는 말입니다.
1908년에 서울서 유인석이라는 학자가 조국을 떠나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서적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 당시는 제정 러시아시대죠. 그는 신한촌에 와서 임시 군관 조선정부까지 조직한 사람입니다. 홍범도도 같이 일했습니다. 1937년에 해삼위에 고려사범대학을 이주시킬 때 그 서적을 같이 가져왔지요. 몇천권인지 지금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국립 도서관에 문의했으나 대답도 안이 합니다. 1938년 2월에 크질오르다에 옮겨 온 것을 없애 치웠지요. 그 서적은 어떻게 되었는가. 사범대학을 닫기 위해서 상부 기관에서 총장으로 러시아 사람을 파견했습니다. 龓낀이라는 유태인이었습니다. 그는 사범대학 청사에서 화부로 있던 케마우바이라는 카자크 영감에게 조선책을 없애 치우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학에서 화학 교수로 일하던 이병국, 레닌그라드 국립사범대학을 졸업한 선생은 아침에 시간이 있으나 없으나 대학에 일찍 나오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카자크 영감이 책을 태우는 것을 보고 그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총장의 지시로 3일째 태우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돈을 줄 것이니 시장에서 장작을 대신 사다가 태우라고 하였다. 그는 지도자가 말하니 그랬지 옳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책을 알마아타에 있는 교육상에게 보냈습니다. 이것이 1938년 2월 중순이올시다. 1938년 3월 중순에 알마아타 교육성에서 이 책을 받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이병국선생으로부터 1948년 2월 말에 알마타에서 들었습니다.
카자크스탄에서 이주민이 제일 많이 실려 온 곳이 우수또베와 크질오르다입니다. 그 다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카자크스탄에는 모래밭이 많아서 농사하기 힘이 듭니다. 차차로 허가없이 도망해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많이 갔습니다. 그런데 한해 두해 지나서 1941년에 전쟁이 시작됐지요. 벌써 1939년 40년에는 절대 다수의 한국인들이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주변으로 이주했습니다. 그 주변에는 갈대밭이 많았는데 그 곳을 개척해서 논, 밭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지역에는 승냥이, 이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스토베, 타쉬켄트의 장면들을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스또베에 가는데 깔대라는 지방이 있습니다. 알마아타에서 200Km정도 됩니다. 9월 하순에 두 차량에 실려 온 15가정의 한국인들은 모래밭에 내렸습니다. 해가 벌써 넘어가서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인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노인들, 여인들을 한군데 모아 놓고 젊은이들이 그 주위를 낫, 삽 등으로 깔을 베서 그들에게 덮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깔을 덮은 위에 누웠습니다. 밤을 새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다리가 차서 일어나지 못하니까 그 중 건강한 놈들이 다리를 치니까 사람들이 일어났습니다. 잉태한 여자들, 아이들 중 죽은 사람이 있었지요. 그 장면이 어떻겠어요. 어떻게 밤중에 사람을 그렇게 무인지경에 내버릴 수 있겠습니까.
타쉬켄트 지역의 갈대밭에서는 저녁에 실어서 내버렸지요. 밤에 소변, 대변 보는 사람들을 이리들이 잡아갔지요. 지금은 아주 유명한 콜호즈입니다. 갈대밭을 개척해서 논과 밭을 만들었지요. 그래 원동에서 백성들이 항의할까봐 이렇게 저렇게 해주겠으니 남러시아에 가라는 것는 거짓말이었지요.
그런데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때에 카자크, 우즈베크인들은 야만족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동양민족이 왔으니 그들이 가만가만 음식물, 옷 등을 제공해 주었지요. 그들 중 잡히면 죄를 받았지요. 특히 카자크인들이 동정적이었지요. 그때 1938년부터 한국인들은 농사를 참 잘했지요. 크질오르다, 우스또베, 타쉬켄트 주변에서 처음으로 대규모적으로 한인들이 대규모 농사를 지었지요.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크질오르다의 김만섭 3형제가 있었습니다. 벼농사를 매우 잘해서 사회주의 노력영웅이라는 상까지 받았습니다. 전쟁 시기에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