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직배경
1931년 滿洲事變의 발발과 1932년의 上海事變 이래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한인 무정부주의자들은 南華韓人靑年聯盟과 抗日救國聯盟등을 조직하여 본격적인 대일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제국주의를 몰아내고자 하는 주변의 분위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더불어 그들은 종래 공산주의를 적으로 생각하던 생각을 버리고 공산주의와 더불어 전민족통일전선의 건립을 주장하고 이후 적극 통일전선운동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를 적극 추진하기 위하여 남화한인청년연맹을 개조하여 조선혁명자연맹을 조직하였다. 그리고 朝鮮民族革命黨과 함께 1937년 12월 漢口에서 鮮民族戰線聯盟을 조직하였다.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유자명은 자신의 회고록인 {나의 회억}에서,
이시기 남경에서는 조선민족혁명당과 해방동맹, 전위동맹 등의 조선혁명운동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중략) 각 단체대표들은 여러차례의 토의협상을 거쳐 남경을 철퇴하기 전인 1937년에 조선민족전선연맹을 결성하였다. 이 연맹에서는 조선민족혁명당, 해방동맹, 전위동맹, 조선무정부주의연맹 4개단체가 참가하였다. 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의 대표는 나였다.
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일전쟁의 발발 이후 중국본토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 세력들은 중국정부의 지원하에 일본과의 효과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하기 위하여 서로 단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즉 그 당시 대표적인 항일운동 세력인 韓國光復運動團體聯合會와 조선민족전선연맹은 서로 합작운동을 전개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 양단체는 8월과 9월에 걸쳐 妅江에서 7黨統一會議와 5黨統一會議를 개최하여 이를 적극 추진하였다.이때 조선혁명자연맹은 조선민족전선연맹측으로서 유자명과 李何有가 대표로 참석하였다. 그러나 두 차례의 회의가 통일방식문제의 차이로 결렬되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 조선민족전선연맹 측에서는 1938년 10월 10일 漢口에서 군사조직인 朝鮮義勇隊를 조직하였다. 이 부대에서 유자명은 조선의용대를 지도 감독하는 지도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그러나 이때 한국광복운동단체연합회측에서는 그다지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 못하였다. 즉 조선의용대가 결성된지 4달만인 1939년 2월 柳州에서 韓國光復陣線靑年工作隊가 조직되기는 하였으나 1939년 5월 기강에 도착하여 절간에서 합숙하며 그 다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 못하였다. 이에 이들 중 韓國國民黨 계열의 金九계통 청년들이던 金東洙(일명: 金剛), 李海平(일명: 李在賢), 金仁, 이하유 등은 상급 간부 인사들과 의견이 달라 조선의용대의 예를 모방하여 자신들의 독자적인 무장 세력 형성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당시 전지공작대의 조직과정은 이하유서거 26주기를 맞이하여 1976년 3월 28일 이해평이 작성한 [故何有(李鍾鳳)同志 回想記]를 통하여 짐작해 볼 수 있다.
중일전쟁시 1937년 중화민국 수도 南京이 함락되자 대한민국임시정부 각료와 그 가족들은 호남성 長沙로 옮겼다. 필자는 도중에 한구에서 백범 김구선생의 밀명을 받고 홍콩으로 향하게 되었으니 나의 임무는 당시 상해에서 활동하고 있던 지하운동조와의 연락관계였다. 중국정부에서 파견된 2명의 중국인과 같이 홍콩에 도착하니 安偶生형이 그곳에 있어 우리 일행을 맞아 주었다.
다음해(1938년) 중화민국정부가 전시수도를 四川省 重慶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우리의 상해지하공작조도 철수명령을 받고 홍콩으로 탈출--그 당시 상해는 이미 일본군이 점령하였음으로--만나고 보니 그들이 바로 李何有, 金仁(백범선생장자--작고), 金剛(金東洙:예비역 장군)은 廣東省 廣州로 가 장사에서 중경으로 향하고 있는 임정의 대부대와 합세하게 되었다.
광주에서 우리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쫓기고 있는 임시정부를 따라 깊숙한 후방인 중경으로 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전시공작대를 조직하여 일선으로 가느냐 하는 문제였다. 결과로 우리 젊은이들은 두 개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 일부는 임시정부를 따라 중경으로, 그리고 일부는 일선으로 향하기로 하였으니 그 주도역할을 한 것이 바로 何有, 金仁, 金剛 등이었다. 그 당시 金若山(金元鳳)이 지도하는 일부 청년들은 이미 한구(一線)에서 조선의용대를 직하여(후의 소위 연안파)활동을 시작하였으니 우리에게 큰 자극을 주었던 것이다. 그 당시 하유형의 역할을 대단히 컸었던 것이다. 그는 백절불굴의 의지와 평민적인 생활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한 실천력을 가진 청년으로 동지들 사이에 무형의 지도력과 감화력을 소유하였으니 그의 무언의 실천력과 豪俠心 및 깊은 의리에 모두 감복하였던 것이다. 올바른 일이라면 그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으며, 동지들을 위한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김인이와 단짝이 되어 우리는 무조건 그들을 믿고 일치행동을 맹세하였었다.
그러나 우리의 一線行 꿈은 상상외의 급속한 변화 즉 광주의 함락으로 깨지고 말았으니 시뻘건 일장기가 광주시 제일 높은 빌딩에 휘날리는 것을 바라보며 그곳을 도보로 탈출, 백여리를 걷다가 공습대피중인 최후 열차를 얻어타고 탈출에 성공하였다.
우리 일행은 하는 수 없이 흥양을 거쳐 廣西省 유림으로 향하여 그곳에 머물고 있던 임시정부와 다시 합류케 되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해에서 활동했던 지하공작조인 김인, 이하유, 김동수 등은 광주에서 그들의 거취문제를 놓고 고민하였던 것이다. 즉 그들은 붸기고 있는 임시정부를 따라 후방인 중경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전지공작대를 조직하여 전방으로 가 활동할 것인가가 그들의 당면과제였던 것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이하유, 김인, 김동수 등은 다른 동지들과 의견을 달리하고 전방으로 가 활동하고자 결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광주에서의 그들의 이러한 결심은 곧 실천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일제가 광주를 점령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들은 임시정부를 따라 하는 수 없이 후방인 중경으로 이동하였던 것이다.
중경에 온 그들은 다시 전시공작대를 조직하여 활동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당시 중국군으로 복무하고 있는 있던 羅月煥과 접촉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접촉은 기본적으로 이하유에 의하여 제안되고 이하유에 의하여 이루어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유는 이해평도 언급하고 있듯이 당시 동지들이 적극적으로 따르던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나월환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무정부주의 운동을 전개하다 중국으로 망명한 인물이었으므로 나월환과는 잘 아는 사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월환과 의기 상통했던 이하유는 나월환과 함께 일본에서 함께 공부한 박기성에게 무정부주의자들이 뭉쳐서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점에 대하여 박기성은 자신의 회고록 {나와 祖國}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즉,
뒤에 나월환과 이하유와 연락이 되어 그들도 만나게 되었다.
당시에 나월환은 중국군관학교 제8기생으로서 중국군 소좌인가로 복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인가는 나월환이 나에게 말하기를 [우리끼리 우리나라 일을 해보도록 하자]고 종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쉽게 그의 말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월환과 이하유는 끈덕지게 나를 찾아와서 같이 우리나라의 일을 하자고 종용하여 하는 수없이 나도 찬성했다.
어느날 이말을 유자명이에게 했더니 그의 말이,
[그불덩이들만 모여 있는데 자네가 끼게 되니 내 마음이 놓이네. 잘 부탁하네. ]
하는 것이었다. 내가 언젠가 유자명이에게 애기했을 때는 묵묵부답이더니 어떻게 되어 그때는 찬성하는지 그의 의중이 의문스럽기도 했었다.
아뭏든 나는 곧 중국군에서 사표를 내고 전시공작대를 만들어갔다.
라고 하여 나월환과 이하유가 중심이 되어 박기성을 설득하여 전지공작대를 조직하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당시 아마도 박기성은 조선의용대에서 활동하고 있던 유자명도 함께 하고자 하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유자명은 김구계열의 인사들이 있는 전지공작대의 참여를 거절한 것으로 보이며, 더불어 젊은 아니키스트인 나월환, 이하유 등을 "불덩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그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하유 등은 김구의 지원을 받아 장개석의 승인하에 전지공작대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점은 앞서 살펴본 이해평의 {故何有(李鍾鳳)同志回想記}에,
다음해(1939년) 중경에 도착한 일행은 초지를 불변 이미 그곳에 먼저와 있는 나월환, 박기성과 합세 전지공작대를 창설, 백범 김구선생님의 적극적인 주선하에 중화민국 군사위원회 蔣介石 위원장의 재가를 얻어 우리의 心願을 풀게 되었다.
라고 있는데서도 알수 있다. 즉 전지공작대는 중국 군사위원회의 허락하에 김구와 밀접한 관련속에서 이루어진 단체였던 것이다. 이점은 김구의 장남 김인이 공작대에 참여하고 있던 점, 그리고 김구 등이 상해로 파견한 이해평, 그리고 김구가 파견한 지하공작조인 이하유, 김동수, 김인 등이 중심이 되었던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1940년 9월 광복군이 결성되자 동년 11월 전지공작대가 광복군과 합하여 정식으로 광복군 제5지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