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의 결성
1)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의 조직
관서흑우회에서는 1929년 11월 10일부터 11일 사이에 평양에서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를 개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일제의 탄압으로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그러한 상황하에서 최갑룡은 이홍근, 조중복, 임중학, 유림 등과 함께 10월 23일 오후 2시경 평양 기점리 소재 모란봉 소나무 밭에서 회합을 가졌다. 그⧚은 일제의 탄압으로 본 대회가 성공리에 성사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부족하나마 일단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을 결성하고자 하였다. 왜냐하면 당시는 무정부주의 운동 단체들이 전국적으로 거의 와해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자기 비판에 따른 새로운 모색이었다. 또한 공산주의 조직과 비교해 볼 때 그들은 일단 중앙당에서 일정한 문제에 대하여 결정이 되면 당원들이 모두 그 명령에 따른다. 이에 대해 무정부주의 진영에서도 무엇인가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어야 겠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리하여 이 문제에 대하여 앞으로 종종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갑룡 등 5명은 1929년 11월 1일 오전 11시경 앞의 동 장소에서 이홍근의 제창에 의하여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을 조직하였다. ⧚들은 조직 당시 연맹이 아닌 동맹을 조직하고자 하였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단순한 연합적인 성격 보다는 특정이념을 배경으로 하여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집단을 만들고자 하였기 때문이었다.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에서는 다음과 같은 강령을 결의하였다.
1. 현재의 국가제도를 폐지하고 で코뮨と을 기초로 그 자유연합에 의한 사회조직으로 변혁할 것
2. 현재의 사유제산제도를 철폐하고 지방분산적 산업조직으로 개혁할 것
3. 현재의 계급적 민족적 차별을 철폐하고 전 인류의 자유, 평등, 우애의 사회 건설을 기할 것
이상과 같이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에서는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고 자유연합에 기초한 무정부주의 사회의 건설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회에서는 사유재산제도가 철폐되고 중앙집권이 아닌 지방분산적 산업조직을 추구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동연맹에서는 국내와 만주 등지에 조직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우선 국내를 보면 최갑룡은 이홍근과 함께 평안도 지방을 , 조중복, 임중학 등은 함북지방을, 그리고 뒤에 가입하기로 되어 있던 金鼎熙, 차고동 등은 함남 지방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즉 최갑룡 등은 우선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점차 조직을 확대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최갑룡 등의 계획에 있어서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회의에 전국에 있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참여할 경우 이들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조직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 최갑룡 등은 만주, 일본 등지에도 조직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우선 만주의 경우는 奉天에 거주하고 있는 유림이 담당하였다. 유림은 봉천에 있으면서 만주지역에 있는 무정부주의자들과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정부주의자들과의 연락을 담당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시 만주에는 북만주 지역 寧安縣에 1929년 7월에 韓族總聯合會라고 하는 무정부주의 단체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었으며, 李乙奎, 金宗鎭 등 여러 무정부주의자들이 그 중심을 이루었다. ⧚일본의 경우는 일본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한 바 있는 이홍근이 담당하기로 하였다.
한편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에서는 조직을 정한 이후에 동연맹의 규약을 협정하기도 하였다. 그외에 다음과 같은 운동방침을 정하기도 하였다.
1. 적색운동자와 대립적 항쟁을 하지 말 것
2. 농민대중에 대한 운동을 진전시킬 것
3. 다른 민족적 단체에 가입하지 말 것
최갑룡 등이 적색운동자와 대립적 항쟁을 피하고자 한 것은 큰적과 싸움으로서 엉뚱하게 힘의 소비만을 자초하게 된다는 판단에 따른 때문이었다. ⧚들은 일찌기 원산지역을 중심으로 볼쉐비키 등과 대립적 항쟁을 함으로서 ⧚해만 보았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최갑룡 등은 1930년 2월에 경성에서 신간회 대회가 개최되는 것을 이용하여 본 연맹에서도 전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 창립대회를 개최할 것 또한 결정하였다.
한편 최갑룡은 이홍근, 조중복 등과 함께 1929년 11월 11일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에 참여하기 위하여 평양에 온 김정희를 평양부의 연병장 북단의 작은 언덕에서 만나 동연맹의 취지를 이야기 하고 여기에 가입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함남 방면의 책임자로 임명함과 동시에 곧 고향인 원산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일단 일제의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에 대한 탄압과 감시가 어느정도 가라않자 최갑룡은 조직의 확대를 위하여 심혈을 기울렸다. 그는 1930년 8월에 肅川의 朴熙春(전흑우회회원 金鍵의 처), 安州 燕湖面에 있는 李革, 평남 平原郡 漢川에 있는 全昌涉 등을 방문하였다.
흑색사회운동자대회 문제로 평양경찰서에서 구류를 살다가 석방된 최갑룡은 우선 동지의 규합에 나섰다. 그는 일차대상으로 李革(李龍太)을 생각하였다. 그⧚ 평남 安州 출신으로 평양 숭실 중학을 중퇴하고 1922년 경 동경으로 건너가 豊山중학을 졸업한후 일본대학 정경학부에서 수학했다. ⧚924년 12월에 재학 중 孟亨模와 더불어 無産學友會를 주재하면서 학생운동을 전개하였고, ⧚업 후에는 원심창, 장상중 등과 더불어 관동대지진 이후의 무정부주의 운동의 재건에 노력하였다. 이혁은 1926년 9월에 東興노동동맹, 1927년 2월에 조선자유노동자조합 등에 참여하여 ⧚노동운동에 앞장서는 한편 無國人社를 창설하고 近藤憲二, 布施辰治, 八太舟三 등과 교유하면서 강연회, 간담회 등을 자주 개최하여 사상운동을 적극 추진했다. ⧚1928년 5월에는 원심창, 金賢哲 등의 자유노조원과 함께 이혁은 공산계 노총과 충돌하여 쌍방에 많은 부상자를 낸 사건으로 검거되었다. 이러한 과격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아 오다가 1929년 일경의 호송하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평안남도 경찰부는 평양고보 출신으로 유도 2단인 盧炳鎰이란 형사를 특별히 안주경찰서로 보내어 이혁을 감시하게 하였다. ⧚최갑룡이 이혁을 만나러 간 것은 이혁이 고향에 내려와 있던 1930년 초였다. 최갑룡은 일본에서 활발히 무정부주의 운동을 전개한 이혁이 자신의 조직에 가담한다면 조직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최갑룡은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안주로 향하였다. 그런 가운데 이번 길에 안주 이혁의 집 근처인 肅川의 김건의 집도 방문해야 겠다고 생각하였다. 김건은 동경 흑우회에서 활동한 인물로 최갑룡이 흑우회에 출입할 때 자주 만났던 인물이었다. 이에 최갑룡은 숙천역에서 하차하였다. 그리고 곧 바로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의 집에는 김건은 없었고, 그의 부인 朴熙春만이 있었다. 그녀는 평양여고를 졸업한 지식인이었다. 그녀는 앞서 언급한 원산에 있는 김정희의 부인과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그리고 김건에게 박희춘을 중매한 것도 김정희의 부인이었다. 박희춘은 최갑룡을 만나자 반가워하면서도 방이 누추해서 인지 마당의 멍석에 앉도록 권하였다. 그녀는 매일 개새끼 (경찰)들이 찾아와서 그들에게 욕을 하며 지낸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지켜본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이상하게 여긴다고 한다. 최갑룡은 그녀에게 조직에 대하여 말하기 어려웠다. 김건도 없었고, 또한 마당에서는 더욱이나 그러한 말을 할게재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최갑룡은 그녀에게 근처를 지나다가 생각이 나서 방문하였노라고 하고 그 집을 나왔다.
김건의 집에서 20여리 떨어진 곳에 이혁의 집이 있었다. 최갑룡은 논바닥을 가로질러 그곳으로 향하였다. 중도에 비가 내려 애를 먹기도 하였다. 그는 개울물이 넘치는 곳에서는 바지를 걷고 개울을 건너기도 하며 그가 사는 연호면으로 향하였다. 그러던 중 해가 저물어서 어두워졌다. 최갑룡은 근처 인가에 가서 지나던 사람인데 하룻밤 쉬어갈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주인은 쾌히 승락하였다. 당시 이지역에서는 지나던 사람이 숙박을 요청하면 친절히 대해주는 풍습이 있었다. 최갑룡은 머슴이 자는 방으로 안내되어 그곳에서 하루밤을 지내게 되었다. 주인은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최갑룡이 이혁의 집에 간다고 하니 주인은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내일 아침에 자신이 안내하여 주겠노라고 하였다. 그리고 개울에서 잡은 붕어조린 것과 밥 한그릇을 제공해 주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이혁의 집으로 향하고자 하였다. 아침 역시 주인에게 신세를 지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주인은 막무가내로 식사를 하고 가라고 권하였다. 식사후 주인은 최갑룡에게 이혁이 일본에서 사람을 죽이고 왔다는 소문이 동네에 자자하다고 귀뜸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곧 이혁의 집으로 최갑룡을 안내해 주었다. 이혁의 집은 함석으로 된 큰 집이었다. 그의 부친은 안주의 대지주의 땅을 관리하는 사음이었다. 그리고 이혁의 형은 얼마전 만주에서 일하다가 돌아왔다는 데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최갑룡과 이혁은 산보를 간다고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왔다. 동네 사람들이 이혁을 바라보는 눈치가 심상치 않았다. 살인자라고 그를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갑룡은 그에게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그가 현재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으므로 언듯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최갑룡은 이혁과 세상돌아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평양으로 돌아왔다. 그⧚ 이혁은 서울로 가서 二十世紀書房이라는 책방을 운영하는 한편 경성흑색청년회, 경성自我人聯盟 등을 조직하였다. 그리고 기관지로서 {黑旋風}을 간행하기도 하였다. ⧚한 1930년 6월에는 조선일보가 단천지방에서 무정부주의자와 공산주의자와의 충돌 사건을 편파적으로 보도하자 이혁은 유현태, 昇黑龍 등과 함께 조선일보에 기사의 개정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신문사측이 응하지 않자 그는 조선일보사를 습격하여 활자판을 뒤집어 업고 輪轉機에 모래를 던져 넣기도 하였다.
다음에 최갑룡은 평남 평원군 한천에 살고 있는 전창섭을 방문하였다. 전창섭은 그 지방의 지방유지의 자제로서 태어났으며 일찍부터 부친의 영향으로 독립의식을 갖게 되었다. 부친은 의병에 참여하였다가 苔刑을 받고 절름발이가 되었으며, 그의 長兄 全昌律은 3.1운동에 참가하여 옥고를 치렀다. 진남포 상공학교를 졸업한 그는 한천청년회와 한천자유노동조합을 조직한 무정부주의자이며 독립의식이 강한 인물이었다. 전⧚섭은 3.1운동에도 가담하여 1년동안 고생하였으며 ⧚925년에는 동경으로 건너가 무정부주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며 귀국 후에는 조선일보 한천지국을 경영하면서 노동운동, 청년운동, 학생운동 등에 헌신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관서흑우회와 조직되자 이단체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러므로 최갑룡은 이전에 한천을 몇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청년들을 모아 놓고 무정부주의에 대하여 이야기도 하였다. 최갑룡이 한천을 방문했을 때 그는 폐병 때문에 해변에 천막을 치고 요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최갑룡은 그에게 역시 운동에 적극 가담할 것을 권유할 수 없었다.
최갑룡이 이처럼 조직의 확대를 위하여 동지들과 연락을 취하는 동안 다른 동지들 역시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의 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우선 원산지역을 보면 담당책임자는 김정희였다. 그는 평양에서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에 가입한 후 원산으로 돌아 갔다. 원산은 무정부주의의 영향이 조선에서 가장 심각한 상태였다. 무정부주의자들은 1921년에 원산청년회를 조직한 이후 이 단체를 장악하고 있었으며, 1926년에는 원산본능아연맹을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었다. 무⧚부주의를 반대 극복하는 공산주의자들의 원칙적 투쟁은 1923년경 원산청년회 주도권 쟁탈전으로부터 본격화 되었다. 그러나 3,4년간 계속된 폭력투쟁과 성명전 끝에 살인사건까지 발생하자 1927년 10월 14일 공산주의자들은 원산청년회를 해산하고 원산청년동맹에 가입하였다.이후에도 공산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간의 반목과 갈등은 계속되었다. 그⧚나 무정부주의자들의 노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으며 점차 지역사회에서 그 영향력이 쇠퇴했다,
그는 그가 일찌기 회원이었던 원산청년회가 공산주의일파와 대립하여 계속 쇄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를 통하여 청년 대중에게 무정부주의 사상을 심어 주고자 계획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盧好範, 南相沃 등과 함께 종종 회합을 가지고 마을 별로 협동단을 설치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각 단체별로 무정부주의선전 활동을 전개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 결정에 따라 1931년 2월 28일에는 中里협동단을, 1931년 3월 1일에는 場村洞 협동단을 각각 설치하여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한편 단천지역에서는 임중학, 조중복 등이 단천흑우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들은 1929년 4월 22일에 단천에서 단천흑우회를 결성하였다. 그리고 ぢ우리들은 자유연합적 정신을 기초로 하는 빈천계급의 해방운동을 고양한다っ는 강령을 채택하였다. ⧚천흑우회에서는 조직의 결성 이후 각지에 흩어진 동지들과 다수의 신진인사의 영입에 노력하였다. 그 결과 1930년 5월 5일에는 단천흑우회관에서 성황리에 임시총회를 개최하였다. 이 총회에서는 지배계급과 공산당을 반대하였다.
한편 단천흑우회에서는 자유연합운동을 하고 마르크스 이론과 강권사상을 극복하 고 자유연합주의 이론과 주장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사회생리학연구사를 창립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이 연구사에서 연구제목으로 현대 기계문명의 연구비판, 사회적 질병과 민중사상에 관한 연구와 출판, 연구 재료의 수집과 공급, 강연회, 강좌, 연구회의 개최, 문고의 설치, 통계표 작성 등을 추구하였다. 한⧚ 단천흑우회의 임중학은 1930년 7월에 단천읍내 자신의 집에서 이 지역에 사는 강창기를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에 가입시키기도 하였다.
한편 단천흑우회의 임중학, 조중복 등은 5월 30일 단천 천도교 회당에서 자유연합주의의 기치를 들고 新興靑年聯盟의 창립대회를 개최하였다. 그⧚고 본부를 함남 단천읍 東狽里 흑우회내에 두었으며, 이⧚은 국가체제의 변혁과 사유재산제도의 부인을 주장하였으며, 5명이상의 맹원이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이상 결사의 하부 조직인 동연맹 연락부를 설치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강창기는 동연맹 汝海津 연락부의 설치에 노력하였고 스스로 동연락부의 책임자가 되어 韓容基 등 10여명을 동지로 획득하였다.
2) 최갑룡의 체포와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의 와해
최갑룡이 체포된 것은 원산에서 활동하던 김정희가 체포되어 고문에 못이겨 조직을 언급함으로서 아루어졌다. 그리고 곧 다수의 연맹원들이 체포됨으로서 조직이 와해되었던 것이다.
원산지역의 운동 상황을 살펴보면, 1926년부터 1927년 사이에 원산에서 무정부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간에 충돌하여 쌍방에 중경상자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으로 무정부주의자인 유우석과 한하연 등이 체포되었는데 결국 한하연은 추방당하고, 유우석은 상해치사죄로 기소되었다. ⧚이러한 불상사로 인하여 원산지역에서의 무정부주의운동은 침체 상태에 있었는데 1930년 김정희, 노호범 등이 봉천에서 유림과 학원을 경영하다 돌아온 남상옥을 맞아 원산운동의 재건을 협의하였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먼저 원산청년회를 부활시키고 원산 일반노동조합도 조직했다. 노조의 조직에 소요되는 자금은 청년회 회원들이 철도공사장에서 노동을 한 돈으로 마련했다 ⧚때 원산에는 관제기관인 함남노동회가 부두하역을 독점하고 입회금, 月捐金, 수수료 등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등 횡포가 심했다. 그리하여 1931년 3월 10일 김정희, 남상옥 등이 중심이 된 일반노동조합에서는 함남노동회의 이러한 비행을 규탄하였으며 결국 쌍방의 충돌로 발전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원산경찰서는 원산청년회원과 노조원 50, 60여명을 검거하여 취조를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2,3일 이후 석방하고 남상옥, 김정희 등 두사람은 45일 여동안 계속 취조하였다. ⧚후 3월말부터 각지에 있는 무정부주의자의 검거에 나섰다. ⧚정희가 중심이 되어 동단위로 협동단을 만들어 무정부주의 운동을 선전한 것을 단서로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의 조직이 탄로났던 것이다. ⧚이에 음력 1월 22일에 원산부내에 있는 김정희, 盧好範, 南相沃, 金演祐 등이 원산경찰서에 검거되었다.
최갑룡은 당시 평양 館後里 관서흑우회 사무실에 조중복과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이곳은 원래 전당포 사무실로 사용되던 곳인데 채은국의 주선으로 빌렸던 곳이다. 1⧚31년 4월 9일 저녁 원산경찰서 小池형사 등 2명이 평양경찰서의 후원을 얻어 관서흑우회를 습격하여 최갑룡과 조중복에게 동행했으면 한다고 했다. 최⧚룡 등은 무슨 일인가 하고 평양경찰서로 일시 동행했다. 평양경찰서에 도착하니 그들의 태도가 강압적으로 돌변했다. 그날 최갑룡 등은 평양 유치장에서 고문을 받다 그⧚ 밤 11시 58분 평양역에서 원산으로 출발하는 급행열차로 원산으로 압송됐다. ⧚산에 도착해서는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지 않고 헌병대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당시 원산에는 함남경찰부에 속해있는 유명한 일본인 고등계 형사가 있었는데 그로부터 최갑룡은 악독한 고문을 당하였다. 한번은 하도 화가나서 그 형사의 넥타일 잡은 적이 있었다. 이에 형사들이 몰려들어 뭇매를 때려 한참 동안 고생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최갑룡이 느낀 것은 일제의 잔악성은 물론 그 가운데서 보이는 동지의 따뜻한 인간애였다. 최갑룡과 같이 체포되었던 조중복은 최갑룡이 호출되어 고문을 당하고 오면 항상 가슴아파하며 위로해 주었다.
최갑룡 등이 체포된 후 그후 다수의 동지들이 체포되었다. 이홍근은 평북 의주에서 11일에 소지형사에게 체포되었으며 ⧚어서 임중학, 강창기, 安鳳淵 등도 체포되었다. 그 중 이홍근은 평북 의주군 大寧面 東古洞 鐵山에서 체포되었는데 그는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작은 아버지가 광산을 하는 곳에 가서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학은 청진에서, 강창기는 단천에서, 안봉연은 안주에서 각각 체포되었다. 이 중 안봉연은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하고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으나 일제가 이 사건을 기화로 무정부주의자들을 모두 검거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체포되었던 것이다.
한 반년동안 조사를 받은 후 최갑룡등은 7월 26일에 취조를 마치고 27일 오전에 원산검사국으로 송국되었다. ⧚리고 함흥지방법원 원산지청소속 와우리형무소에 수감되었다. 1⧚31년 8월 4일 최갑룡은 이 사건의 관계자 김정희, 이홍근, 조중복, 강창기, 임중학 등과 함께 기소되었다. 그⧚ 얼마있다가 10월 7일 봉천에서 高野고등계형사에게 유림이 체포되어 원산으로 왔다. ⧚유림은 만주로 간 이후 봉천에서 義誠塾이라고 하는 대학예과를 직접 경영하고 있었다. 처음엔 광주학생운동으로 쫓겨온 400여명의 청년학생들이 여기에 입학하였다. 유림은 전사재를 털어 교육사업에 전념하였다. 그는 학비는 물론 의식주까지 부담하였다. 그럭저럭 1년정도 지탱하였다. 이것도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폐교할 무렵에는 온 가족이 굶기를 매일하다시피하였다. 막판에 의성숙은 국민당좌파가 운영하는 대학예과 수준의 平旦고급중학과 병합되었다.. ⧚리고 체포 당시에는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예심에 회부된지 17개월이 지나도 조사한번 없고 예심판사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최갑룡 등은 죄수들에게 배식을 해주는 죄수인 獨步를 통하여 각방에 수감된 동지들과 연락을 취하여 일제히 단식투쟁으로 예심을 촉구하였다. 그때서야 비로소 예심판사가 나타났는데 그는 부인이 사망하여 그간 나오지 못하였다고 변명하였다. 최⧚룡 등은 원산에서 제1차 공판을 받고 1932년 12월 22일 함흥지방법원으로 회부되어 원산형무소로 이감되었다. ⧚리고 1933년 3월 17일 함흥에서 제1회 공판이 개정되었다. 공판의 결과 최갑룡은 유림, 조중복등과 함께 5년 , 이홍근은 6년, 김정희는 4년, 강창기는 3년, 한용기는 2년을 각각 언도받았다.변호사는 楊潤植이 담당하였다. 최⧚룡 등은 서로 의논하여 복심법원에 상고 하였다. 그것을 형량을 줄여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서 등도 할 수 있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최갑룡 등은 1933년 5월 11일 정동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은 결과 함흥 재판소에서와 같은 형량을 받고 ⧚함흥에서 수형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최갑룡은 1936년에 만기 출옥하였다. 함흥에서 수형생활중 형기 1년정도를 남기고 교회사가 박열의 전향문을 주며 읽어보고 당신도 전향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최갑룡은 그의 요청에 박열이는 박열이고 나는 나요라고 대답하였다. 그 전향문 또한 박열이 쓴 것이 아니고 박열을 구하기 위하여 사회주의자인 변호사가 썼다고 한다. 최갑룡은 형기를 마치고 나와 철공업 등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리고 해방후에는 유림이 당수였던 독립노동당 등에서 활동하였으며, 최근에는 한국자주인연맹등에서 활동하는 등 그의 사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의 동지들 가운데에는 일제의 탄압을 이기지 못하고 전향한 인물도 있었다. 한⧚ 안봉연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신음하다가 1933년 5월 1일 보석 출감하여 치료중 5월 10일 오전 5시에 자택서 사망하였다.
결어
지금까지 최갑룡의 생애를 살펴봄으로써 가까이는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 나아가서는 일제하 한국인 무정부주의운동의 일면을 밝혀보고자 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선 가난한 어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노동자 생활을 했던 최갑룡이 어떻게, 왜 무정부주의 사상을 접하게 되었는가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여 보았다. 그 결과 그는 일본 동경에서 흑우회 회원이었던 이홍근과의 만남을 통하여 무정부주의 사상에 접하게 되었으며, 특히 노동자의 해방을 주장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무정부주의자 대삼영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무정부주의자로 변모한 최갑룡은 국내로 돌아와 무정부주의 활동을 전개하였다. 관서흑우회의 조직,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의 개최 준비,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의 결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활동들은 그가 계획한대로 잘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일제의 탄압, 운동자 자신들의 전략, 전술의 부재, 대중들과의 연계성 부족 등 때문이 아닌가 한다.
비록 최갑룡은 가시적인 큰 업적을 남기지는 못하였으나 그의 활동은 몇가지 점에서 주목된다고 하겠다.
첫째는 최갑룡은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의 결성 등 전국적인 조직을 통하여 무정부주의 운동의 활성화를 기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 이전의 국내운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전국적인 조직의 움직임은 동시기에 중국본토에서는 재중국조선무정부공산주의자연맹이, 만주에서는 재만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이 결성된것과 관련하여 주목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최갑룡은 순수한 무정부주의 사상보다는 노동조합의 조직을 통하여 무정부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추구하는 무정부공단주의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였다는 점이다. 그가 무정부공단주의를 추구한 것은 그가 노동자출신이라는 점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즉 그는 노동자 출신으로서 노동자의 진정한 해방은 노동자의 힘으로 달성하여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무정부공산주의자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점은 국내외에서 무정부공단주의를 추구했던 이홍근, 유림 등 대다수가 지식인이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