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의 준비
최갑룡, 이홍근 등 관서흑우회 회원들은 1929년 8월 5일 오후 8시경 평양 기림리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를 평양의 白善行 기념관에서 동년 11월 10일 11일 양일간 개최하기로 결의하였다. ⧚칭을 흑색사회운동자대회라고 한 것은 무정부주의운동자대회라는 표현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 같아 그렇게 하였다 한다. 그리고 준비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준⧚위원으로 최갑룡을 비롯하여 이홍근, 채은국, 조중복 등 9명을 선임하였다. ⧚리고 관서흑우회에서는 이 회합의 기회를 이용하여 종교비판대강연회를 열어 기세를 높이려고 하였다.
최갑룡 등은 현재의 무정부주의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지 못하고 있고, 또한 공산주의 운동때문에 압박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상황하에서 무정부주의 운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활동을 통제 운영할 수 있는 전국적인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더⧚기 공산주의자들은 1925년 4월에 조선공산당이라는 조직을 결성하였던 터였다. 그리고 민중대회라는 것을 많이 개최하였다. 평안남도에서는 평남 安州에서 1927년 10월 22일에 개최하였던 것이다. 이 대회에는 일본, 서울, 황해도 등지에서 출석한 특별회원을 비롯하여 정회원 100여명과 지방 내빈 등 총 수백명이 참석하였다. ⧚히 최갑룡에게 주목되는 것은 일본에서 박열사건으로 감옥생활을 했고, 이홍근과 자신이 면회를 갖던 김중한이 이 대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였던 사실이었다. ⧚최갑룡은 비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당시에 전국적인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무정부주의 보다 훨씬 강력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공산주의도 4차에 걸쳐 체포되어 1928년에는 그 세력이 와해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정부주의 세력 역시 일제의 탄압에 의하여 곳곳에서 체포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불리한 상황하임에도 불구하고 최갑룡 등은 운동의 활성화를 위하여 그리고 무정부주의의 조직의 통일을 위하여 ⧚全朝鮮黑色社會運動者大會의 개최를 결의 하였다. 특히 일본에서 무정부주의자들끼리 순수파니 생디칼리스트니 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아왔던 ⧚최갑룡 등은 조직의 필요성과 통일성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일단 조직이 생겨 조직을 강화해 나가면 권력적으로 되어 버린다. 그리고 권력은 곧 부패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유연합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대회의 개최는 조선의 무정부주의운동에 있어서 하나의 신기원을 이루는 것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약소민족해방운동의 선상에서 하나의 광명을 이루는 것이라고 최갑룡등은 생각하였다.
최갑룡은 이홍근과 함께 본 대회를 통하여 현재 조선 민중운동이 갖지 않으면 안될 바의 목표와 전술, 민중운동의 사상적 기조문제, 실제 전술문제, 투쟁형식문제(즉 조직문제), 민족운동검토, 공산주의 운동 검토 등 실제 조선의 무정부주의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바의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최갑룡 등은 회의 개최를 위하여 비밀리에 전조선의 동지들에게 통지장을 보내는 한편 ⧚합법적인 방법을 통하여 동대회의 개최를 동지들에게 알리고자 하였다. 그것은 바로 신문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최갑룡 등은 동아일보 평양지국을 통하여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가 1929년 11월 10일, 11일 양일간에 걸쳐 평양에서 개최된다는 사실과 9명의 준비위원이 선정되었음을 동아일보 1929년 8월 8일자를 통하여 선전하였던 것이다. 최갑룡 등은 신문을 활용하기 위하여 평양 동아일보, 조선일보 지국 앞에 가서 선전도 하고 항의 집회도 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평양지국 발로 기사가 실리도록 유도하였다. 특히 자신들의 기사가 실리지 않았을 때는 평양지국 앞에서 주로 시위를 하였으므로 신문지국 당국에서는 이것이 당신들의 신문이냐고 욕설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한편 관서흑우회에서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를 개최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조선총독부 경무국, 평남 경찰부, 대동군 경찰서, 평양경찰서 등지에서는 이 대회에 대하여 상호 논의하고 예의 주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대회는 전조선적으로 흑색운동자들의 첫번째 회합이니 만큼 흑색운동자들에게는 큰 반응을 일으켰다. 그 결과 평남 일대는 물론 서울, 개성, 원산, 대구, 충주, 강원도, 함경북도 등 전국 각지로부터 대회출석 신청이 쇄도하여 9월 18일 현재 20여명이 신청이 있었다. ⧚ 이 가운데 원산의 경우는 동 대회에 참석하려고 일찍부터 준비를 진행하였다. 그들은 대부분 무산자인 관계로 기차로 평양에 올 수 있는 여비가 없었으므로 그들은 도보대를 조직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신청 장소를 元山府 山祭洞 27번지 金黃雲의 집에 두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10월 30일에 평양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이와같이 흑색사회운동자대회가 성황리에 준비가 진행되자 일제는 그들에게 탄압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먼저 동년 10월 4일 某 귀족이 평양에 오기 때문에 특별 경계로서 무정부주의자들을 예비 검속한다는 이유로서 그들에게 은근히 위협을 가하였다. 그리하여 일제는 10월 4일 갑자기 관서흑우회를 습격하였는데 최갑룡은 이향, 승도경, 林仲鶴 그리고 자유연합신문 평양지국의 金子剛, 韓元一, 楊海 등과 함께 검속되였다. 그리고 3일간 구류당한 후 동지들과 함께 석방되었다. ⧚이 사실에 대하여 {조선일보} 1929년 10월 7일자에서는 で10월 5일 오전 3시부터 동 8시까지 평양경찰서와 대동경찰서에서는 평양관서흑우회원 10여명을 검거하였다. 평양서에 검거된 사람은 승도경 등 6명이며, 대동서에 검거된 사람은 기림리 189번지 최갑룡 등 5,6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10월 7일 오전 에 모두 석방되었다. と⧚라고 보도하였다.
한편 이 대회와 관련하여 간도 일본총영사관 경찰서에서는 북간도 龍井시내에 거주하는 청년 金英昌, 盧炳龍 등 6명을 평양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참석하려 했다는 이유로 검거하였으며 이들 가운데 5명은 10월 11일 석방하고 노병룡은 계속 취조하였다.
이어서 평양 대동서에서는 10월 15일 준비 위원의 한 사람인 최갑룡을 호출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대회금지를 명령하였다. ⧚에 대하여 최갑룡은 동지들과 의논하고 이 처분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동년 10월 23일 준비회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성명에서 이번의 이른바 금지는 정식집회서의 제출전의 일이고 또 대동서가 말하는 것은 자기 관내에서 개최할 경우에 한한다는 설명이 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평양서관내에서 결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회의 준비는 계획대로 진행한다. 그러니 참가 동지는 경박한 신문 기사에 오도되지 말라고 주장하였다. ⧚ 성명을 발표한 수일 후인 11월 7일, 평양서에서도 자기서 관내에서 개최될 경우도 똑 같이 금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다시 평남 경찰부 고등과장은 이 모임은 공안을 문란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본도내에서는 절대로 그 개회를 허락하지 않는 다는 뜻을 신문기자단에게 공식으로 발표하였다. ⧚에 대하여 신문들에서는 이 사실을 앞다투어 보도하였다. 동아일보에서는 ぢ 동회에서는 평양서 관내에서 동대회를 소집할려고 하얏는 바, 또한 집회계도 하기전 지난 이일에 집회금지를 하얏다는데 멀리서 오는 대회 회원의 려비를 경제시키기 위하여 이가티 일즉 금지시킨 것이라더라っ라고 보도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는 전국의 각 지역에서 평양으로 향하려는 무정부주의자들을 탄압, 억압함으로서 그들로 하여금 평양으로 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평양으로 향하는 데에는 많은 노고와 용기가 필요하였다. 그 결과 대회 2, 3일전에는 함경도의 단천, 洪原, 원산 그리고 경성, 대구, 마산 등지와 충청, 강원도 등지에서도 다수의 무정부주의자들이 속속 평양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하루는 柳林(柳華永)이 도착하였다. 유림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중국 및 만주지역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무정부주의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림은 10여년 전부터 중국에 있는 동지들과 친교를 맺고 무정부주의 운동을 전개하였다. 특히 그는 중국 廣東機械工人總同盟에서 10만명의 공인을 이끈 생티칼리스트였다. ⧚년전부터는 만주에 와서 新民府의 金佐鎭 등과 운동의 방향에 대하여 논의 하는 한편 ⧚天에서 조선 민중 가운데서 무정부주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조선에서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약 2주전에 국경을 넘어 ⧚서흑우회의 본부인 최갑룡의 집을 찾아 온 것이었다. 그는 만주에서 마차끄는 사람들이 입는 잠바 비숫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대회 개최의 문제로 형사들이 최갑룡의 집에 상주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최갑룡은 기민한 몸짓으로 그를 그곳에서 피하게 하였다. 한⧚ 단천에서는 조중복외 몇명의 동지가 도보로 평양으로 향하였다. 이에 단천 경찰서에서는 형사를 파견 이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이들은 자금이 부족하여 도보로 올뿐만 아니라 숙박비도 없어 들판과 산 등지에서 잠을 잤다. 그러니 이들을 동행하던 경찰들 역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 경찰들이 너무고생도 하고 설사도 하고 하여 제발 차를 타고 가자고 애원하기도 하였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대동서와 평양서 관할 지역은 계엄 상태에 들어 갔고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온 무정부주의자들을 체포하기 시작하였다. 11월 7일 오후 11시경에 활동을 개시하여 대동서에서는 차고동, 충남 예산의 張在煥(旭)을, 평양서에서는 충남 예산의 신현상, 함남 高原의 金형(炳)淳 외 1인을 검거하였다. ⧚리고 동일 밤에는 유림을 검거하였다. ⧚리고 11월 9일에는 강원도 양양에서 온 김한을 검거하였다. 사⧚가 여기에 이르자 준비위원회에서는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9일부로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배부하였다. ⧚ぢ11월 10, 11일 양일간 개최하려던 전조선흑색사회운동자대회는 그간 여러가지 장애와 싸우며 준비 중이었으나 대회일자가 박두한 금일에 있어서 사위의 사정은 우리의 집회를 불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각지 참가원으로 하여금 신변의 불리를 생하게 하는 결과로 차라리 준비회를 해산하고 대회를 해산하고 대회를 중지한만 같지 못하다, 이에 해체를 선언함っ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검거는 계속되었다. 그들은 이번 기회를 통하여 전국에 있는 무정부주의자들을 모두 파악하는 한편 그들을 검속함으로서 대회의 무산은 물론 겁을 주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검거는 계속되었다. 11월 10일에는 함북 방면에서 도보로 온 4명이 검거되었다. ⧚리고 11월 10(11)일 아침에는 평양서에서 동경에서 평양역에 도착한 柳玄台를 ,⧚11월 11일에 대동서에서는 원산에서 도보로 평양에 온 金重華를 검거하였다. ⧚11월 16일 오후 8시경에는 평양 廣濟병원에 있던 채은국을 검거하였다. 일⧚의 검거 사건이 계속되자 일부 동지들은 평양을 탈출하여 진남포, 또는 한천의 동지들 집으로 피신하였다. ⧚편 일본노동조합 자유연합회 대표 1명은 현해탄을 건넌 것은 확실한데 행방불명이 되었다.
평양서와 대동서에서는 이들 무정부주의자들을 일시 구속 수감하였다가 곧 이어 이들을 석방하여 고향으로 귀가 조치시켰다. ⧚장자익, 차고동,신현상과 김한은 11일에 ⧚ 유현태는 13일 오후에 각⧚ 추방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유림만은 너무 거물이어선지 계속 수감 취조하였다. ⧚그러던 중 11월 16일 대동서 형사대가 기림리 관서흑우회관을 습격하여 동회 회원 이홍근을 검속하는 동시에 주요 서류를 압수하여 갔다 ⧚어서 최갑룡도 채은국, 조종복 등과 함께 검거되여 취조를 받았다. ⧚동서에서는 17일 오후 5시경 최갑룡을 조중복과 함께 임시 석방하였다. 그러나 동일밤 최갑룡을 다시 검거하였다. 이⧚은 3일내지 1주일의 구류를 살다 석방되었다. ⧚ 11월 19일 오전 최갑룡은 채은국 등과 함께 모두 석방되였으며 ⧚ 이홍근은 11월 20일 오후 4시에 석방되었다. 반면⧚유림은 대동서에서 취조를 받은후 다시 12월 5일 평양서로 떬겨져 29일간의 구류 처분을 당하였다. ⧚11월 23일 밤 유림의 아들 柳源根(14세)이 모친 李씨와 함께 평양으로 면회를 왔다. 그러나 면회는 허락되지 않았다. ⧚시 유림의 부인은 봉천에서 여관업을 하고 있었다. 일제의 계속된 취조에서도 그들은 특별히 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였다. 이에 일제는 대동경찰서의 호휘하에 12월 2일 새벽 3시 18분 봉천행 열차로 유림과 그의 부인 그리고 아들을 奉天 新市街 橋立町 5번지 자택으로 추방하였다.
관서흑우회에서는 체제의 정비를 위하여 1929년 12월 22일 오후 6시부터 평양 동승루에서 동회 창립 2주년 기념 懇親會를 개최하였다. 여기에는 회원 15명이 참여하였다. ⧚그들은 지난대회의 총결산과 더불어 앞으로의 운동방향 등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에 대해 일제는 또 탄압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1929년 12월 27일부터 평양경찰서에서는 관서흑우회 회원들을 속속 검거하였으며 대부분은 본적지로 추방하였다. 그리고 관서흑우회의 이주성,승도경, 김찬혁 등은 부량자취췌법이라는 구실로 29일간 구류에 처하였다. 그⧚고 22일 간친회 이후 사방에 숨어 다니던 최갑룡도 1930년 1월 13일에 무직이라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화직공 이효묵은 노조원으로서 흑색운동에 가담했다고 29년 11월 27일에 검거되었다. 경찰 측에서는 1929년 12월 광주학생운동으로 숭실전문 및 숭실, 광성학교 학생들이 다수 유치장에 들어오자 이들이 무정부주의자들의 사상적 영향을 받을까봐 형무소로 이동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