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무정부주의 활동

1. 관서흑우회의 조직

1927년 평양 기구야 양복점에서 일하던 동생 호분(1908생)이 사망하였다. 이에 어머니로부터 동생이 사망하였다는 연락이 왔다. 이국에서 듣는 동생의 사망소식은 무엇보다도 최갑룡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더우기 동생은 20세의 룬은 나이였다. 항상 일에만 시달리고 제대로 먹지 못하여 폐병에 걸려 죽었던 것이다. 동생의 모습을 생각하니 슬프기 그지 없었다. 최갑룡은 국내로 돌아가서 홀 어머니를 위로해야 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동생도 보고 싶었다.

최갑룡은 한달이나 두달정도 고향에 다녀올 생각을 하였다. 일본에서 공부를 좀더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최갑룡은 자신의 생활용품과 구입한 책들을 모두 친구에게 맡기었다. 그리고 동경에서 기차를 타고 下關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부산에 가는 배를 탔다. 부산에 도착한 최갑룡은 이모댁에 하루 이틀 머문뒤에 곧바로 평양으로 떠났다. 한국은 최갑룡이 1924년에 떠날 때나 지금이나 별다름이 없어 보였다.

평양에 도착한 최갑룡은 즉시 어머니를 찾아 갔다. 어머니는 칠성양조주식회사의 주인인 지주선의 집에서 가사일을 돌봐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정부나 다름없이 허드렛 일을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식된 도리로서 아픈 마음 이루다 형용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최갑룡이 귀국한 것을 보고 여간 기뻐하지 않으셨다. 그녀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만이 흘러내릴 뿐이었다. 어머니는 동생의 죽음에 대하여 말해 주셨다. 동생은 양복점에서 일하는 데 일이 너무 고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여 폐병에 걸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다닐만 하였는데 점차 앓아 눕게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대동군 기림리에 있는 지주선씨 집에 가서 일을 해야 했다. 대동군 기림리에 있는 집에 동생을 혼자 둘 수 없어서 어머니는 칠성양조주식회사 앞에 있는 마굿간 뒷방에 동생을 두었다고 한다. 비록 소와 말을 끄는 사람들의 밥을 해주는 곳이기는 하나 어머니가 일하는 가까운 곳이므로 일하는 중이라도 가끔 찾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동생 호분은 그 방에서 혼자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그는 아플 때면 어머니를 목놓아 외쳐 불렀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밖으로 들리지 않았다. 당시 최갑룡의 집안은 먹고 살기가 바빳다. 그러므로 동생이 비록 아파 누워있었지만 제대로 약한첩 쓸 수 없었다. 그러므로 동생 호분은 앓다가 그냥 죽어간 것이다. 어머니의 한ꂙ힌 말씀을 들으면서 두 모자는 서로 부여안고 울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최갑룡에게 일본에 돌아가지 말 것을 요청하였다. 그녀는 공부하여 잘사는 것 보다 굶어도 같이 살자고 애원하다시피 하였다. 그런 어머니를 홀로 두고 최갑룡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 갈 수는 없었다. 최갑룡은 다음날 동생의 산소를 찾았다. 그곳은 현재 김일성 대학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지금은 헐려 큰 대학가가 되었을 것이다.

평양에 머물게 된 최갑룡은 국내에서 무정부주의 운동을 전개하고자 마음먹었다. 당시 국내에서의 무정부주의 운동은 일시 침체기를 맞고 있다가 다시 활기를 점차띠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1921년 박열일파가 서울에서 黑勞會를 조직한 일이 있었지만 곧 해산되었다. 그후 1925년 3월 서울에서 申榮雨, 홍진우 등이 중심이 되어 黑旗聯盟을 조직하고자 하였으나, 공산주의자들의 방해에 의하여 결국 창립에 이르지 못하였다. 그리고 동년 9월에는 대구에서 不逞社 사건의 관계자 徐東星 등이 眞友聯盟을 조직하고 흑색청년연맹과 통해서 1926년 4월 官公衙 商店의 파괴, 관공리의 암살을 목적으로 별도로 파괴단을 조직한 것이 발각되어 다수가 검거 되었다. 그후 한국에 있어서 무정부주의 운동은 그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그러다가 최근에 들어서 원산과 함흥에 있어서 동경으로부터 온 金演彰의 주도적인 역할에 의해 무정부주의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원산에서는 元山本能兒同盟, 원산노동자자유연맹 등이, 함흥에서는 咸興靑進靑年會 등이 조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1927년 11월 19일부터 동경에서 개최되는 전국노동조합자유연합회 제 2회 대회에 축사를 우송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러므로 최갑룡은 국내에서 무정부주의 운동을 전개하여 국내운동을 보다 활성화 시켜야 겠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최갑룡도 사실 국내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마음이 국내에 오기전부터 있었다. 1926년 7월 경부터 일본에 있는 동지들이 국내에서 운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앞을 다투어 귀국하는 분위기였고, ⧚와 친하게 지냈던 이홍근 역시 국내에서 운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귀국할 것이라고 최갑룡이 국내로 향하기 전에 그에게 말하였던 것이다.

최갑룡은 지금까지 일본에서 무정부주의에 대하여 공부는 하였으나 실제 조직에서 활동한 적은 없었다. 다만 동경에 있었을 때에도 흑우회에 출입은 하였으나 흑우회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갑룡은 국내에서 운동을 전개해야 겠다고 내심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는 우선 동지들을 물색하였는데 이때 만난 대표적인 인물로는 李周聖과 承道京을 들 수 있다. 이주성은 평남 중화군 해압면 용산리 출신으로서 그는 이홍근과 같은 마을 출신이었다. 이고장은 이들 외에도 많은 무정부주의자들이 배출된 곳이다. 李⧚根, 李承植, 李周錄 등이 그들이다. 이주성의 부친은 중화군 일대의 대지주로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으며, 집안에는 종이 있었으며, 한 때는 참의원에 입후보하기도 하였다. 이주성은 17세의 소년시절부터 열렬한 무정부주의 신봉자가 되었으며, 평양고보를 졸업한 후에는 동경으로 건너가 흑우회 회원들과 접촉이 잦았던 인물이었다.

승도경은 고향은 평양은 아니나 평안도 출신이다. 진남포 상공학교를 졸업하였다. 평양에 처음으로 전차가 개통되었을 때 운전사로 취직한 문학청년이었다. 그는 성격이 쾌활하고 말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교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공산주의자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전차 종업원 간에도 사교적인 인물로서 金熙鵬(차장), 金贊爀(전차 운전) 등에게 영향을 미쳤다. 승도경은 전차 운전을 하면서 차표를 모아 다시 판돈으로 동지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주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 밖에 최갑룡은 진남포상공학교 출신의 吳致燮 ⧚양 洋靴職工組合에서 일하는 李孝默, 그리고 평남 대동군 기림리에 살고 있는 崔福善 등과 접촉하였다.

최갑룡은 이주성, 승도경, 오치섭,이효묵, 최복선 등과 함께 평양 중심부에 있는 여관에 모여 운동 계획 등을 의논하였다. 그곳 여관은 흑기연맹사건에 연류된 韓昞熙의 사촌형 韓明鎬가 경영하는 곳이었고 더구나 그 역시 무정부주의 사상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으므로 안전한 곳이었다. 그들은 틈나는 대로 이곳에 모여 일제의 치안 상황, 일본 경찰의 동향 등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무정부주의 운동의 현황, 앞으로의 운동의 방향 등에 대하여 논의 하였다. 그⧚는 가운데 일본 동경 흑우회에서 활동하던 이홍근이 1927년 10월 국내로 귀국 평양으로 왔다. ⧚양에 있던 동지들의 모임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홍근으로부터 일본에서의 운동의 동향에 대하여 청취하는 한편 운동의 방향성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었다. 그 결과 최갑룡을 중심으로 하여 단체를 조직하자고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국내운동을 보다 활성화시킬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운동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1927년 12월 22일에 평양 倉田里에 위치한 천도교 강당에서 관서지방 무정부주의자들의 연합체로서 關西同友會라는 단체를 조직하기로 하였다. 천도교 강당에서 하기로 한 것은 천도교 종리원에는 크고 작은 방들이 많았으며 사회 단체들의 집회를 위하여 돈만 조금 내면 장소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체의 명칭은 1년 후 關西黑友會로 개칭되었다. 그⧚이 추구하는 이념성을 제대로 표현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관⧚흑우회의 창립대회 이틀전인 12월 20일 오후 6시 반에 창암리 천도교 회관에서 신간회 평양지회가 결성되었다.지회장은 조만식이었다. ⧚들은 무정부주의자들의 관서흑우회 창립을 방해하려고 지방색이 짙은 분파행동이라고 중상 모략하고 흑샤스단 운운하는 엽서를 천도교 사무소로 발송하는 등 모략을 일삼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서흑우회의 창립대회는 계획대로 1927년 12월 22일 오후 7시 평양 천도교 강당에서 오치섭의 사회로 개회되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현하 조선의 노동운동은 일대위기에 陷하여 있다, 그것은 소위 단일적 미명하에서 전 무산대중의 전투의식을 마비하야 노동운동의 근본정신을 말살하려 하는 적색개량주의 일파의 소위방향전환운동이 곳 그것이다. 이때에 있어서 우리는 더욱 명확한 계급적 기치하에서 그들에게 농락을 당하는 대중을 바른 길로 구출하지 않으면 아니될 것을 절실히 느끼는 바이다. 이에서 우리는 최후의 역량을 다하여서 일체 중앙집권적 주의를 배격하는 동시에 자유연합적 행동으로 일관하야 전노동계급의 해방을 기한다.

즉 관서흑우회의 최갑룡 등은 당시를 적색 개량주의에 의해 노동운동이 일대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유연합주의의 기치하에 노동자의 해방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어서 최갑룡 등은 다음과 같이 강령을 정하였다.

1. 우리는 중앙집권주의와 강권주의를 배격하고 자유연합주의를 강조한다.

2. 우리는 빈천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期한다.

3. 우리는 有像無像의 우상숭배를 배격한다.

즉 강령에서는 중앙집권주의와 강권주의, 종교 등을 배격하고 빈천계급의 완전한 해방과 자유연합의 원리를 주장하였던 것이다. 강령의 작성에 있어서 주된 역할을 한 것은 최갑룡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무정부주의 이론에 정통한 이홍근과 이 문제에 대하여 많은 협의를 가졌다. 강령 가운데 첫번째 강령은 모든 무정부주의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번째 것과 세번째 것은 최갑룡에 따르면 자신들의 독특한 주장이라고 한다. 그들 자신들은 공산주의자들과는 달리 노동자들만의 해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지배자, 빈천계급의 해방을 위하여 노력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유상무상의 우상숭배는 종교를 의미한다고 한다. 즉 당시 평안도 지역에는 기독교 등 종교가 상당히 만연되어 있었다. 이러한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관서흑우회에서는 종교를 반대하는 것을 특별히 강령으로 내세운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관서흑우회 창립대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결의하기도 하였다.

즉 최갑룡 등은 관서흑우회의 조직, 선전, 교화,위원,회관, 경비, 기관지 문제 등에 대하여 결의 하고 아울러 공산주의, 민족주의에 대한 대책, 재만동포들에 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논의하였던 것이다.

관서흑우회를 창립할 당시에 최갑룡과 함께 창립회원으로서 참여한 인물로는 이홍근, 이주성, 승도경, 이효묵, 최복선, 한명호, 김희붕, 李重夏, 閔夏, 오치섭, 洪淳星, 韓元一, 劉反赤, 郭正模, 李黑雲, 張榮澤, 朴五金, 張成賢 등을 들 수 있다.

창립대회를 마친 회원들은 임시사무소를 대동군 기림리 89번지에 있는 최갑룡 집으로 하였다. 이⧚집은 방두칸에 부엌이 하나 달려 있는 조그마한 초가집이었다. 그리고 평양에 있는 한병호의 여관을 연락처로 삼기로 하였다. 관서흑우회의 주도적인 역할은 최갑룡과 이홍근이 담당하였다. 그리하여 최갑룡이 서기를 맡고, 이홍근은 상무간사의 직책을 맡았다.

그리고 관서흑우회에서는 1928년 2월 4일 오후 7시 기림리 최갑룡의 집에서 제1회 정기 월례회를 개최하였다. 여기서 최갑룡 등 회원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결의하였다.

즉 최갑룡등은 노동운동, 농민운동, 청년운동, 여성운동 등의 전개와 기관지의 발행, 도서관의 설치, 팜프레트의 구독 등을 적극 추진하고자 하였다. 반면 정치운동에 대하여는 반대 입장을 보였을 것이다.

관서흑우회를 조직한 최갑룡 등은 우선 선전활동을 추진하였다. 그들의 선전 활동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우선 최갑룡의 집 대문에 관서흑우회라는 간판 외에 농촌운동사, 자유소년회, 사회생리학 연구회 등의 간판을 걸었다. 농촌 운동사는 동지 가운데 농촌 출신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으므로 이 간판을 걸었으며, 자유소년회는 공산주의자들이 소년동맹 등 소년운동을 전개하므로 이에 대항하기 위하여 이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사회생리학 연구회는 무정부주의 이론이 생리학에 기초하고 있었으므로, 일본에도 역시 이에 바탕하여 많은 생리학연구소들이 있었으므로 이를 모방하여 이 연구회를 설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간판들을 걸었다고 하여 특별히 이에 대한 연구나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중적인 선전 효과를 위한 것이었다. 한⧚ 최갑룡 등은 이들 단체 가운데 1928년 7월 21일 사회생리학연구회의 명칭을 노동청년자유연맹으로 개칭하였다. 그것은 최갑룡 등이 연구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원하였기 때문이었다. 노동청년자유연맹에서는 ぢ우리들은 자유연합적 정신으로서 노동운동의 기조로 함っ을 강령으로 채택하였다. 그리고 서기는 최갑룡이 맡았고, 회계는 이효묵, 장성현 등이 담당하였다.

두번째 활동은 동지의 규합이었다. 최갑룡 등 동지들은 동지의 규합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무슨 일이던지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 수가 어느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리하여 최갑룡 등은 인맥을 중심으로 해서 평안도 각지역을 방문, 동지들 간의 연락을 취하여 많은 사람들을 관서흑우회에 가입시켰다. 평남 진남포의 蔡殷國, 李時憲, 宋善擇, 평남 대동군의 黃智燁, 평남 平原郡 漢川의 全昌涉, 평양의 金贊爀, 金炳淳, 楊濟櫓, 李成根 등이 그들이었다.

세번째 활동은 일본에서 간행되는 무정부주의 계통의 잡지, 신문 등을 국내로 반입, 이를 배포하는 활동이었다. 즉⧚관서흑우회의 본부인 최갑룡의 집은 잡지 {흑색전선}, ⧚문 {자유연합신문} 등의 평양지국의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흑색전선은 黑戰社의 기관지이다. 이 단체는 1928년 3월 하순에 일본 동경의 明治大學 운동장에서 丁贊鎭, 金豪九, 吳秉鉉 등이 조직한 단체로서 ⧚928년 10월 15부터 {黑戰}이라 잡지의 창간호를 발행한 이래 5회에 걸쳐 발간해서 대대적으로 무정부주의를 선전해 왔다. 그⧚고 이를 평안도와 황해도 등지에 우송하였던 것이다. ⧚흑전사의 중심 인물 가운데 김호구와 오병현은 평남 용강군 출신이었다. 그⧚므로 이들은 1929년 5월 그 동안의 선전한 반응을 살피기 위하여 고향으로 돌아 왔다. ⧚리고 정세를 관망하던 차에 마침 단오절이라 씨름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1929년 6월 11일 평남 용강군 多美面 五花里에서 개최된 씨름 대회에서 군중들에게 [농민에게 고한다]의 선전문을 뿌렸다. 그⧚고 이 사건을 계기로 흑전사의 회원들이 다수 체포되어 조직이 와해되기에 이르렀다. {⧚유연합신문}은 1928년 8월 10일에 동경에서 창간된 신문으로서 전국노동조합자유연합회의 기관지였다. 전국노동조합자유연합회는 제1회 전국대회에서 우리들은 계급투쟁으로서 노동자, 소작인 해방운동을 기조로 한다, 우리들은 일체의 정치운동을 배척하고 경제적 행동을 주장한다, 우리들은 산업별 조직에 의한 자유연합주의를 제창하고 중앙집권주의를 배척한다, 우리들은 제국주의적 침략에 반대하고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표방한다 등을 강령으로 채택한 단체였다. 지⧚이라고 하는 것은 지국을 동경에 있는 신문사에 지국 신청을 내는 것이 아니라 우편을 통하여 그 신문을 다량 구입하고 이를 신청자들에게 배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특⧚ 이 가운데 관서흑우회는 {자유연합신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던 것 같다. 관서흑우회의 활동 상황 등이 이 신문에 항상 상세히 보도되고 있다는 점을 통해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이 단체의 중심인물인 이홍근의 글, 해방운동과 민족운동이란 장문의 글이 1929년 10월 1일자로 대서 특필되고 있는 것이다.

네번째 활동은 평양을 중심으로한 대중조직 활동이었다. 최갑룡은 우선 양화직공조합에 주목하였다. 이 조합은 1925년 3월 1일 평양의 각 양화공장의 노동자들이 현재의 고통을 박차고 나가자는 취지하에 조직된 것이었다. 최⧚룡은 이효묵이 평양 양화직공조합의 회원인점에 주목하여 그를 통하여 조합을 무정부주의 계통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당⧚ 이 조합은 공산주의 계통의 노동연맹에 가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효묵은 최갑룡의 지시에 따라 이 조합에 있는 동료 朴來訓, 金贊吾, 韓明岩 등을 포섭, 무정부주의 사상을 선전하였다. 그 결과 1930년 2월 26일에 평양 양화직공조합에서는 임시대회를 열고 공산주의와의 관계를 청산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조합의 신규사업과 새로운 규약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관서흑우회 회원들이 적극 이 단체를 후원하자 일본경찰은 2월 28일부터 최갑룡을 비롯하여 이주성, 승도경, 김찬혁, 이홍근, 李成柱 등을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이홍근, 이주성 등 만이 석방되었고, 최갑룡 등은 무직이라는 이유로서 29일의 구류 처분을 받았다. 한⧚ 양화직공들은 견습공으로 들어가 심부름부터 시작하여 일을 배우므로 사람들이 아주 순수하며 정도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관서흑우회 회원들이 경제적인 도움을 청하면 그들에게 얼마간의 도움을 주곤 하였다.

한편 평양목공조합에서 일하던 최복선도 무정부주의 사상의 전파에 노력하였다. 그는 목공 선배인 李道成 형제에게 사상을 전파하고 이 조직을 그들과 함께 무정부주의의 논리에 따라 운영하고자 하였다. 그⧚하여 1931년 1월에는 고용주에 대항하는 파업을 단행하였으며, 최갑룡은 동년 3월 24일 파업 단원 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그들을 격려하는 축사를 하였다.

다섯째, 최갑룡은 노동야학을 개설하여 노학정신을 고취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사회의식의 개발에 노력하였다. 특히 관서흑우회의 중심 인물인 최갑룡 자신이 노동자 출신이었으므로 이 작업은 주로 최갑룡이 담당하여 노동자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 결과 1929년 5월 21일에는 평양노동자조합을 평양부 기림리 7번지에서 조직하고 ぢ우리들은 자유연합적 정신으로서 노동운동의 기조로 한다っ는 강령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여섯째, 최갑룡 등은 광성고등학교 동맹휴학 사건시 학생들을 적극 후원하였다. 광성고등학교는 1918년 4월 1일에 사립고등보통학교의 설립인가를 받은 기독교 계통의 학교였다. 그⧚데 1928년 3월 12일에 3학년 학생들이 교장 배척의 진정서를 이사회에 제출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생들은 교장의 인격에 문제가 있다, 교장에게 충성을 다하는 선생외에는 모두 축출한다, 교장은 호화로운 양옥집에서 향락생활을 한다, 학교 건물을 짓는데 사택을 첨부하여 건축한다, 전문학교의 입학에 친하고 친하지 않음에 따라 입학하게 한다, 본교 입학 시험 성적을 조작하였다는 등 교장의 비리를 내세워 교장 배척운동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러한 학생들의 활동에 대하여 학교측에서는 주동 학생 26명을 퇴학 처분하였으며, 학생측도 이에 맞서 총퇴학을 결의하기도 하였다. ⧚에 사태가 더욱 악화되어 학생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동창회측과 학부모 등이 적극 중재에 나섰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태가 여기에 이르자 광성고등보통학교의 사태는 사회문제로 비화하였으며, 南浦 신간회지회에서는 4월 12일 오후 10시반에 긴급히 총무 간사회를 열고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결의 했고 평양지회와 제휴하기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진남포청년동맹에서도 이사건의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하였다. ⧚편 관서흑우회에서도 사건의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학생들을 적극 후원하였다.

일곱번째, 원산에서 원산청년회가 공산주의계열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이홍근을 파견하여 후원하기도 하였다. 원⧚에서 張基郁외 32명이 원산청년회와 無産청년회, 노동청년회 등을 통일하여 원산청년당을 조직하고자 1927년 4월 17일에 원산부 山濟洞 천도교 회당에 모이어 발회식을 거행코저 할 때에 유우석 등 무정부주의자들이 이 조직을 반대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리하여 사태가 악화되어 4월 23일 밤에 원산 上里 1동 三山병원 앞에서 40여명의 몽둥이를 가진 청년단원들과 유우석, 韓何然 등 무정부주의자들과 충돌하여 서수학이 죽고 그외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여덟번째, 최갑룡 등은 평양을 중심으로 해서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어가고자 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찾아온 사람이 함남 원산청년회의 李鄕이었다. 그 다음에 함남 단천에서 趙重福이, 청진에서 林仲鶴, 定平에서 車鼓東, 충남 永同 (예산)에서 權九玄 등이 평양으로 몰려들었다. 그⧚으로서 관서흑우회는 함경도, 충청도 등지에도 연락망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향은 어릴적부터 문학적 자질이 뛰어났으며 1924년 경부터 同好人 金光冕과 東湖文壇을 창설하고 문필활동을 시작하였다. 1926년에는 趙時元, 김연창, 柳愚錫, 韓何然 등과 本能兒聯盟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고 대중적 청년조직체인 원산청년회를 중심으로 사상계몽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리고 이향은 1928년 2월에는 크로포트킨 사망 7주기를 맞이하여 동아일보에 [예술가로서의 크로포트킨}이라는 제목으로 5회에 걸쳐 연재하는 한편 조⧚일보에는 [일부 예술운동을 평함}이라는 부제가 Ꝼ은 평론 {예술의 一翼的 任務를 爲하여}를 발표하였다. 전⧚에서는 1921년에 사망한 크로포트킨의 삶과 사상을 소개하면서 그를 で완전한 인류애と, で정숙한 헌신と, で청결한 이상と을 생활에 옮기고자 했던 인물로 평가했다. 그리고 후자에서는 마르크스 예술운동을 비판하면서 예술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치가 불가능하며 또 선전이 제대로 되려면 감격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1928년 1월에는 金華山, 權九玄 등과 무정부주의 문예단체인 {자유예술연맹}을 조직하고 [文藝狂]이라는 기관지를 내었다. 그리고 이향의 시와 논문도 실었는데 그들은 ぢ맑스주의의 선전삐라식 사이비 예술운동을 철저히 배격하고 신사회의 건설을 합리화한 정통무산계금의 예술을 강조っ하였다. ⧚1931년 원산일반노조사건으로 김대관, 남상옥 등이 투옥되자 함남노동회의 서기직에 있던 그는 그 직을 사퇴하고 원산을 떠나 홀연히 함북, 간도 등지를 전전하며 인생을 비관하고 자포자기의 생활끝에 이역에서 병사하였다고 한다. 조중복은 함남 단천 출신으로 아전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으며, 젊어서는 힘이 세어 씨름하여 소를 탔다. 성장하면서 고향에서 천한 신분이라고 하여 대접을 못받았다. 그는 임중학 등과 단천흑우회를 조직한 인물이다. 해⧚후 최갑룡이 함경북도 圖們에 가는 일이 있어 단천에 내려 그를 찾아가 보니까 부엌하나 방하나 있는 집에서 구두수선을 하며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그는 형무소 생활 중 배운 구두수선 기술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방후에는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이 그를 도서관장에 임명하여 관장으로 일했으며, 월남하지 않았다. ⧚중학은 함남 단천 사람이다. ⧚는 기독교 집안에서 출생하였으며, 중학교 선생도 역임하였다. ⧚구현(1902-1937)은 충북 영동태생으로 시집 {흑방의 선물}(1927)을 간행한 시인일뿐만 아니라 で내용과 형식と논쟁이 朴英熙와 金八峯 사이에서 요란히 전개될 때 제 3자로서 뛰어들어 ぢ長劒과 白刃의 비유っ를 제시한 유명한 평론 [前期的 프로문예]({東光} 1927.3)의 필자이기도 하다. 권구현은 흥사단의 국내 단체 同友會의 기관지 {동광}(주요한 발행, 이광수 주재)에 [先史時代繪畵史}(1927.3-5)를 위시, 여러 편의 글을 썼으며 이광수와의 교분도 남다른 바가 있었다. 이광수의 시조 [전원에 가시는 이-권구현형의 영동에 귀향하심을 보내며]({동광}, 1932.2)가 이를 새삼 말해준다. 권구현은 아나키스트로서 카프의 강경파들과 논쟁을 벌였으며, 이향과 더불어 {文藝狂}(1928.3)이라는 무정부주의 잡지를 내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아홉째, 최갑룡 등은 1929년 7월 4일 大連복심법원에서 東方無政府主義者聯盟員 신채호, 이필현의 제 2회 공판이 개최되자 동년 7월 1일 이홍근을 대표로 파견하였다 ⧚방무정부주의자연맹은 1928년 4월말 북경에서 중국무정부주의자 徐健의 발의로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인도, 조선 등 6개 민족 100여명이 모여 조직한 단체로서 국제적인 연대하에서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였다.이를⧚위하여는 우선 자금이 필요했다. 그⧚므로 신채호와 이필현, 林炳文 등은 자금 마련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였다. 당시 대만동지 임병문은 북경 郵務管理局에 근무하고 있었다. 연맹에서는 國際爲替를 위조해서 자금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신채호는 중국인으로 변장하고 일본 神戶를 거쳐 門司에서 恒春丸으로 5월 8일경 대만에 도착하여 基隆港 상륙 직전에 일본 水上署에 체포되어 대련으로 호송되었다. 이⧚사건과 관련하여 무정부주의자 이필현, 의열단원 李鍾元, 대만인 임병문 등이 체포되었던 것이다. ⧚서흑우회에서는 같은 이념을 가진 동지들의 재판이었음으로 동지들을 응원하기 위하여 이홍근을 파견하였던 것이다.

열번째, 최갑룡 등은 1928년 5월 1일에는 메이데이 행사를 추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관서흑우회에서는 4월 20일 임시 대회를 열고 다음과 같이 결의 하였다.

1. 노동자의 승리일 오월 일일을 기념하기 위해 관서흑우회의 발의로서 평양 각단 체 연합시위행렬을 협동 실행함

2. 메이데이의 의미를 일반대중에게 선전하기 위하여 기념강연회를 개최하기로

함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계획은 일제에 의해 사전에 탐지가 되어 4월 28일 최갑룡은 이향, 오치섭 등과 함께 일시 체포되었다.

한편 최갑룡은 관서흑우회의 재정을 마련하기 위하여 골몰하였다. 우선 창립과 관련된 경비는 중화군의 대지주의 아들인 이주성으로부터 염출하였다. 그후의 경비는 자체로 조금씩 갹출하기도 하였으나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이에 최갑룡은 자신도 나름대로 경비를 마련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일환으로 그는 세끼를 꼬아 팔기로 하였다. 최갑룡이 거주하는 대동군 기림리는 농촌 마을 이었다. 그러므로 주변에는 볏짐이 많았다. 그러므로 세끼꼬는 기계가 많이 장려되었다. 최갑룡은 기계를 구입하여 집뒤에 두고 세끼를 만들었다. 그리고 생산된 제품을 대동군 農會에서 나오는 심사원의 심사를 받았다. 그는 제품의 질에 따라 1등품과 2등품으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최갑룡이 만든 제품은 1등품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그는 2등품으로 심사하였다. 그의 사상적 경향을 고려한 때문이었다. 이에 격분한 최갑룡은 농회직원과 대판 싸우고 그 일을 그만두었다.

그일이 있은 후 이번에는 양말만드는 기계를 구입하여 방에다 설치하였다. 당⧚ 평양의 양말공업은 전국에서 생산량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평양 양말공업은 1919년에서 20년이 기업의 발흥기로 이때가 발전의 초기였다. 그 후 융성 발전하여 1922년에 이르러서는 가내공업을 벗어나 공장조직으로 발전, 1927년부터는 이제까지 사용했던 수직기계를 없애고 전력을 사용한 소위 자동식 기계로 고급품을 생산해 내고 있었다. ⧚갑룡은 평양에 있는 월성양말공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청으로 실을 받아와 양말을 제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기술도 없고 하여 이일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