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소년 노동자 생활

1) 부친의 사망과 三菱제철소에 소년직공으로 취업

부친은 투병끝에 결국 1917년 5월 42세의 일기로 세상을 하직하셨다. 그의 나이 14세였다. 어머니와 그의 형제들에게는 사고무친한 타향에서 겪는 일이라 여간 큰 슬픔이 아니었다. 5월 단오때라 온 동네 사람들이 농사일을 멈추고 씨름, 그네뛰기, 탈춤 등으로 즐겁게 놀고 있는 데 최갑룡은 상주의 몸이 되어 상여의 뒤를 따랐으니 당사자인 그의 가족의 비애는 이루형용할 수 없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어머니는 남자못지 않는 궂은 일을 해야 했고 심지어 토목일까지 하기도 하였다. 최갑룡 역시 일을 해야 했다. 그⧚한 때인 1917년에 황해도 황주군 松林面, 九成面, 淸水面 및 겸이포읍을 중심으로 제철소가 건설되었다. 겸⧚포 제철소는 三菱계의 제철주식회사로서 대표자는 岩畸久彌였으며, 공칭 자본금이 30,000,000원이었다. 1916년 6월부터 가동되었으며, 하루 생산량이 150톤, 제철 용광로 2기, 平爐 공장, 大刑공장, 厚板공장 등이 있었다.

이 제철소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하여 일제의 군수산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것이다. 일제는 1910년 조선을 강점한 이후 주로 정미업, 양조업, 조면업, 방직업 등에 진출하였으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조면업과 방직업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한 직후인 1916년 이후에는 방직업, 시멘트제조업, 제철업, 펄프업, 양조업, 연초, 피혁, 통조림, 유리, 성냥제조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였다. 특⧚ 1916-1919년에는 일본의 三井, 삼릉계열의 독점자본들의 진출이 대부분이었다. 예를들면 삼정계에는 조선방직주식회사, 조선생사주식회사, 남북면업주식회사, 小野田시멘트주식회사 등이, 삼릉계로는 삼릉제철주식회사, 조선무연탄주식회사, 西鮮중앙철도주식회사, 東山농사주식회사 등을 들 수 있다. 그⧚고 1916, 1917년 이후부터는 광산, 공업부분에 투자가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최갑룡은 이 회사의 직공모집 광고를 보고 제반과 제철공장 기사 사무실에서 심부름꾼으로 취직하였다. 제강과에는 製板공장, 재압클공장, 해탄코크스공장, 가스발생로 등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세밀한 검사를 거쳐 합격품은 본토의 長崎, 橫須賀, 橫濱 조선소로 실어 갔다. 즉 전쟁을 위한 군수산업이었던 것이다.

최갑룡은 제철소에서 일하는 동안 여러 지역에서 일거리를 찾아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지식인도 섞여 있었다. 이름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定州五山학교 출신인 김선생은 그에게 수학 공부를 가르치는 한편 그를 인도해 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렸다. 그는 항상 최갑룡에게 병아리도 죽을 때 삐약하고 죽는다면서 남아가 세상에 태어났으면 교육 도시 평양에 가서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때부터 최갑룡은 평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공부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욱 최갑룡에게 자극을 준 것은 일하는 가운데서도 일본 청년 田中이 항상 早稻田 공업학교 강의록을 탐독하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최갑룡도 뒤질세라 싶어 서울에서 강의록을 구입하여 독학하기도 하였다.

최갑룡은 아무 희망도 없이 심부름이나 하는 사무실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기 보다는 기술을 습득하여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최갑룡은 공장 주임기사에게 부탁하여 재판공장에 배속되었다. 재판공장에는 2천마력의 전동기, 압연기가 연결되어 있어서 강괴 5톤 이하 또는 5톤 짜리를 가스로에서 가열하여 압연기에서 엷은 판으로 만든다. 이것을 교정계에서 바로 잡은 후 검사하고 계측하는 곳으로 보낸다. 최갑룡의 임무는 이것을 로라로 운반하여 검사와 계측하는 일이었다. 중노동은 아니었지만 하루에 12시간씩 1주간 주야 교대로 하는 일이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 당시 대부분의 기업에서 고용주의 임의나 작업지휘자의 자유 재량으로 12-16시간 노동시켰음을 고려해 본다면 노⧚시간은 괜찮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조선인 노동자는 일본인 노동자보다 장시간 노동했으며, 후술하는 바와 같이 차별 임금이었다. 그것은 식민지 초과 이윤을 짜내기 위한 것이었다. 또⧚그들은 조선인에게 미숙련, 단순 육체노동에 종사하게 할 뿐, 기술부분, 관리직에는 채용하지 않았다. 게⧚가 일반적으로 노동재해가 많았는데 1918년 6월 4일에는 하루에 3명이 참사를 당한 적도 있었다. 오후 6시에는 중국인 인부인 본보산(34세)이 채광작업 중 머리 위로 바위돌이 떨어져 산채로 파묻히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오전 10시에는 높지 않은 곳에서 일하던 중국인이 갑자기 떨어져 죽었고, 오후 1시경에는 배에 쌓아두었던 목재를 끌어 내릴 때, 한국인 인부 1명이 바다 속으로 발을 헛디디어 익사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철소에서는 이처럼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위자료로 2달 봉급을 주면 그만이었다. 특히 제철소에서는 쇠판에 깔려 죽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였다고 한다.

삼릉제철소의 전체 종업원수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합하여 3,000명 정도 되었다. 이 가운데 중국인과 조선인 노동자가 2,500명 정도 되었다. 중⧚인 노동자는 주로 산동성 출신의 쿠리(苦力)였고, 일부는 용접공들이었다. 공장에서는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일정한 차별을 두었다. 일본인들은 주로 장기, 횡수빈 등에서 온 숙련공들이었으며, 회사에서는 그들에게 사택을 제공하여 집단적으로 거주하게 하였고, 그들의 자제들을 위하여 따로 심상소학교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공장의 휴게실도 따로 설치하였다. 일본인들의 시설은 잘되어있는 반면 한국인 노동자의 것들은 그렇지 못하였다. 한국인의 휴게실은 쉬거나 옷을 갈아 입는 장소였다. 거기에는 각자가 사용할 상자가 벽에 설치되어 있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재판을 담당하는 중노동자였으므로 낮에는 교육과 빈곤에 찌들어 있어 휴게실 안은 악취로 가득찼다. 바닥은 흙으로 다진 다음에 가마니를 깐 상태였다.

한편 각국의 노동자들이 혼재해 있다보니 노동자들 간에 갈등이 있기도 하였다. 특히 한국인 노동자와 중국인 노동자와의 갈등은 심하였다. 왜냐하면 중국인의 싼 노동력이 한국인 노동자들을 노동시장에서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뿐⧚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노동하고 생활하다보니 자연히 마찰도 생겨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1918년 4월에 있었던 겸이포에서의 조선인과 중국인과의 충돌이었다. 1918년 4월 7일 밤 겸이포 삼릉 철산의 중국인 광부 일천여명이 각기 육혈포, 도끼, 몽둥이, 기타 흉기를 가지고 겸이포 시가를 습격하여 삼릉철공소의 조선인 인부 1,500명과 대격투를 하여 다수의 사상자가 난 사건이 발생하였다.

발생원인을 보면 1918년 4월 7일 오후 5시경에 삼릉 겸이포 제철소 소속 황주군 九聖面棠山里 철산 사용의 중국인 노동자 약 20명이 동 겸이포리 조선인 요리점 ぢ春基っ의 집에 가서 구경하다가 욕을 하는 것을 주인 춘기가 듣고 가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듣지 않던 중 이곳에 조선인 인부 60, 70명이 모여와서 역시 구경하던 중 몇 명이 중국인들에 대하여 그 창루에서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여 이에 싸움이 일어나자 중국인들은 중과부적으로 모두 얻어 맞고 철산으로 돌아갔다. 이 일을 안 철산의 중국인 노동자들은 평소 조선인 노동자들과 반목이 심하던터에 이말을 듣고 격앙하여 복수를 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500여명이 모여 흉기를 가지고 조선인 노동자들을 급습하여 구타하는 한편 창루에 난입하여 집 세채를 부수었다. 이에 조선인편에서도 지지않고 약 1,000명을 모아 가 두편이 큰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은 창루를 파괴한 보복으로 중국인 상점 10채를 파괴하고 중국인 3명을 죽였으며, 중상자 8명, 경상자 27명도 발생하였다. 한편 조선인의 부상자는 경상자 11명에 불과했다. 이⧚사태는 경찰의 진압으로 평정되었으나 당시 이곳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선인 노동자들은 만주에서 이곳의 중국인 노동자들을 후원하기 위하여 황마적들이 몰려 올 것이라고 하여 두려워 떨기도 하였다.

한편 한국인 노동자들간의 갈등도 있었다. 한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지역 갈등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도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 쇠뭉치를 매는 것인데, 전라도 목도꾼이 유명했다. 당시 부산 목도꾼과 전라도 목도꾼 사이에 갈등이 많이 있었다.

임금은 당시 돈으로 일본인은 1원 40전이었고, 한국인은 그 절반인 60-70전 정도로 저임금이었다. 최갑룡은 소년공이었으므로 그 절반인 35전 정도를 받았다. 이러한 임금수준이 사실이라면 삼릉제철소의 임금 수준은 1919년 당시이 임금 수준의 절반에 해당된다. 이것은 최갑룡의 착각이 아닌가 한다. 1919년 조선총독부통계연보에 따르면 그해의 임금상황은 다음과 같다. 석공(조선인,2원 07전, 일본인 3원 44전), 목공(1.92, 3.08), 주물공(1.09, 2.73), 염직공(1.24, 2.09), 토건노동자(1.27, 2.11), 부두노동자(1.52, 2.54), 광산노동자(1.00, 2.04) 등이다. 즉 당시 조선인은 1원 이상을 , 일본인은 2원 이상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선총독부의 발표이기 때문에 그 정확성에 있어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 공식적인 기록을 통해서 볼 때,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에 임금차별이 있었으며, 일본인이 조선인의 2배정도의 임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차세계대전을 계기로 물가가 높아져 1917년의 실질임금은 1910년의 임금의 겨우 50%에 해당한다. 당시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기아임금이었다. ぢ지금 물가 등귀는 멎을줄 모르는 상태이고, 비참한 생활난으로 인한 절규가 전국도처에서 들리고 있다. 특히 각 관아의 하급 관리를 비롯하여 일반 사회의 하층민들은 점점 암담한 기아지경에 짓눌려 가고 있다っ고 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저임금으로는 최저 의복비는 물론 식비조차 충분히 보장될 수 없었다. ぢ음식은 좁쌀과 보리, 그리고 참외, 오이, 일본인이 먹다버린 수박껍질, 부식은 고추장, 된장으로, 1인 하루 생활비는 3전 정도, 1개월을 에 1원으로 계산해보면 년 12원이라고 하는 열악한 상태였다. 한⧚ 당시 공장에서는 할증금제도를 실시하여 노동력을 더욱 착취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노동자의 생산량에 따라 즉 실적에 따라 급여에 일정량의 보수를 더하여 주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를 위하여 전원이 총력을 기울렸다.

한편 공장주변 및 겸이포에는 아직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였으므로 공장에서는 일용품 공급소를 개설하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부식품, 연료등을 다소 염가로 공급하였으며 비용은 월급에서 감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그러므로 사실 월급에서 이것 저것 공제하고 나면 손에 들어오는 돈은 몇푼 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