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언
일제하 한국독립운동은 크게 세가지의 사상적 흐름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민족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가 그것이다. 해방 후 민족주의는 대한민국에서, 공산주의는 북한에서 각각 그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다만 무정부주의만이 제자리를 차지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여건 때문인지 남북한 어디에서도 무정부주의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 들어 남한 학계 일부에서 무정부주의운동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무정부주의운동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일제하 민족해방운동의 사상적 다양성을 옳바로 파악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일제하 한국인들의 무정부주의 운동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왔다. 그⧚한 가운데 현시점에서는 생존 인물을 중심으로 운동의 실상을 살피는 작업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문헌자료만으로는 밝힐 수 없는 부분을 메울 수 있고 운동 주체들의 생생한 체험을 전달해 줌으로써 당시 운동의 실상을 보다 정확하게 규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작업이 부진했던 것이 학계의 실정이었다. 일제하에서 무정부주의운동에 투신했던 인물 중에 생존한 인사로는 李康勳, 李圭昌, 崔甲龍, 李弘根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이강훈과 이규창은 중국과 만주에서, 최갑룡과 이홍근은 국내와 일본 등지에서 각각 무정부주의 활동을 했던 인물들이었다. 그들 중 본고에서는 최갑룡의 사례를 검토하고자 한다. ⧚갑룡은 노동자출신으로서 일본에 유학, 黑友會에 출입하였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關西黑友會, 朝鮮共産無政府主義者聯盟 등에서 활동하였으며, 해방후 오늘날까지도 계속 무정부주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전형적인 무정부주의자이다. 그러므로 최갑룡을 중심으로 살펴본다면 국내에서의 한국인들의 무정부주의 운동의 일면을 보다 잘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만 본고에서는 최갑룡이 무정부주의 사상을 접하기까지의 생애와 더불어 무정부주의 사상의 수용,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연맹에서의 그의 활동 등에 촛점을 ꁹ추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비록 제한된 범위이긴 하지만 최갑룡 개인의 인생역정은 물론 일제하 국내에서의 한인무정부주의 운동의 일 단면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